군대탈출기
제 18화: 드러난 진실, 부조리의 그늘
길었던 조사실 문이 마침내 열렸다. 헌병대 조사관들과 함께 나온 병사의 모습은 처참했다. 얼굴은 눈물과 땀으로 얼룩져 있었고, 몸은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극심한 공포와 함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한 체념과 공허함이 뒤섞여 있었다. 소초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쏠렸다. 그가 바로, 어젯밤 총성 사건의 용의자이자, 이제 막 진실의 일부를 토해낸 자임을 모두가 직감했다.
조사관들은 그 병사를 별도의 장소로 이동시켰다. 소초장 김민준과 박진철 부소대장, 그리고 대대 간부들은 헌병대 팀장으로부터 사건의 전말에 대한 간략한 브리핑을 들었다.
“조사 결과, 어젯밤 총성을 발사한 자는… 이 병사로 특정되었습니다.”
헌병대 팀장의 목소리는 건조했지만, 그 내용은 무거웠다. 김민준이 발견한 단서(시간 불일치와 부조리 피해 사실)가 결정적이었음이 확인되었다. 그 병사는 처음에는 완강히 부인했지만, 조사관들의 끈질긴 추궁과 증거(근무 기록, 다른 병사 진술과의 모순, 그리고 그의 내면을 파고든 조사 기법) 앞에서 결국 무너졌다.
드러난 진실은 예상보다 더 비극적이고, 소초의 어두운 현실과 깊숙이 얽혀 있었다. 총성이 발사된 것은 단순 오발이 아니었다. 그 병사는 소초 내 특정 선임병들로부터 지속적인 가혹행위와 인격모독에 시달려 왔다.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고, 극심한 스트레스와 외로움 속에 고립되어 있었다. 어젯밤 총성이 발사된 시간, 그는 근무를 마치고 복귀했거나, 혹은 잠시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이용했다. 극한의 절망과 분노, 그리고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생각에… 그는 자신의 총을 들고 방아쇠를 당겼다. 어둠 속 하늘을 향해, 혹은 아무도 없는 방향으로… 세 발을 발사했다.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비명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사격 후 극심한 공포와 패닉에 빠진 그는 상황을 숨기기로 결심했다. 떨리는 손으로 탄피 세 발을 찾으려 애썼지만, 어둠 속에서 한 발밖에 찾지 못했다. 그 한 발의 탄피를 탄창 안에 숨기고 봉인지를 다시 붙이려 했지만, 손이 떨려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는 그 상태 그대로 탄창을 보관했고, 그것이 주간 실셈에서 발견된 것이었다. '엉터리 봉인지 검사'는 그의 허술한 은폐 시도를 막지 못했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를 괴롭혔던 선임병들 중 일부는 그의 상태를 알고 있었거나, 그의 행동을 어렴풋이 짐작하고도 방관하거나 심지어 은폐에 가담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조사는 그 공범 가능성까지 파헤쳤다.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소초 전체가 술렁였다. 모두가 용의자로 지목된 병사를 알았다. 그가 평소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어렴풋이 알던 병사들은 충격과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반면 그를 괴롭혔던 선임병들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자신들의 부조리가 결국 이런 끔찍한 사건을 불러왔고, 그 진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는 사실에 공포를 느꼈다.
‘봤지? 결국 내 말이 맞았잖아? 인간은 나약하고 잔인하다고!’ 방해꾼 신들은 자신들의 영향력(인간 부조리 조장)이 이런 비극을 초래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듯했다. 포보스와 데이모스는 이제 범인 병사에게 극심한 죄책감과 절망감을 불어넣으며 몰아세웠다. 야누스는 사건의 복잡성과 관련된 인물들의 다양한 진술을 이용해 진실을 왜곡하려 마지막 발악을 했다. 사이코는 이 비극적인 사건 자체를 거대한 코미디의 결말로 여기는 듯했다.
김민준은 드러난 진실 앞에서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그 병사가 범인이라는 사실에 대한 확인과 함께, 그의 범행 동기가 소초 내 부조리 때문이었다는 점에서 깊은 슬픔과 책임감을 느꼈다. 자신이 소초장으로서 그 병사의 고통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고, 이 어두운 문화를 근절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밀려왔다. HP +50을 얻은 '바름'의 선택이 결국 소초의 가장 아프고 추악한 부분을 도려내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진실은 때로는 고통스러웠다.
[ +10 HP ]
드러난 진실과 그 비극성을 마주하고, 소초장으로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며, 이 사건을 통해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과 부조리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에 대한 HP 적립이었다. HP는 79점에서 89점으로 상승했다. (79 + 10 = 89).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얻는 HP는 단순히 범인을 잡는 것을 넘어, 그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을 이해하고 자신의 책임과 마주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듯했다.
조사는 속도를 냈다. 범인의 자백과 증거를 통해 사건의 퍼즐이 빠르게 맞춰졌다. 소초 내 부조리 가해자들도 속속 특정되었다. 헌병대 조사는 마무리되었고, 결과는 사단 징계 위원회로 넘어갔다. 부대진단 결과 역시 상급 부대에 보고되어 소초의 문제점들이 명확히 드러났다.
며칠 후, 징계 결과가 통보되었다.
총을 발사했던 병사는 무단 발포 및 탄약 관리 소홀, 허위 보고(탄피 은폐 시도) 혐의로 중징계를 받았다. 그의 군 생활은 여기서 사실상 끝났다. 그의 범행 동기(부조리 피해)가 참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결과는 가혹했다.
그를 괴롭혔던 선임병들, 부조리의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드러나면서 영창, 감봉 등 다양한 징계를 받았다. 이들 역시 군 생활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해당 소초에서는 전출되었다.
박진철 부소대장 역시 책임을 면할 수 없었다. 탄약 관리 감독 소홀 책임과 더불어, 사건 초기에 은폐를 시도하려 했던 정황(김민준과의 대화 등)이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그는 감봉 처분을 받았고, 수십 년 군 생활의 목표였던 원사 진급은 사실상 좌절되었다. 그의 노련함과 경험은 인정받았을지 모르지만, 그의 마지막 선택(은폐 제안)은 그의 경력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패배감과 체념이 드리워졌다.
소위 김민준 역시 소초장으로서 지휘 감독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소초 내에서 이런 심각한 부조리가 만연했고, 탄약 관리에 허점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그의 책임이었다. 그는 경고(견책) 수준의 징계를 받았다. 징계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그의 인사 기록에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이 명확히 남게 되었다. 이는 그의 장기복무 심사나 향후 진급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 것이었다. '바름'을 선택하여 HP 89점을 얻었지만, 현실 세계에서의 대가는 혹독했다. 그의 소위 생활은 이 사건으로 인해 평범한 궤도를 이탈하게 되었다. HP는 영혼의 점수였고, 징계는 현실의 점수였다. 두 점수는 김민준의 영혼의 저울 위에서 공존하며 무거운 진실을 말해주었다.
소초는 사건의 충격과 부조리 해결 과정으로 인해 극심한 변화를 겪었다. 문제 병력들이 교체되고, 소초 분위기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사건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병사들 사이에는 여전히 불신과 어색함이 남아 있었다.
김민준은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이 모든 진실이 드러나고, 관련자들이 처벌받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의 HP는 상승했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바름'을 선택하는 것이 언제나 모두에게 이로운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진실은 밝혀졌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상처받고, 경력은 좌절되었다.
HP 89점.
그는 인간 본성의 나약함, 그리고 '바름'을 선택했을 때 감수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배웠다. 이제 그는 이 사건의 파장 속에서 소초를 떠나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