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친절한 여성이 아름답다 250211

by Faust Lucas

친절한 여성이 아름답다 250211

여러 가지 일들로 머리가 복잡하다. 이래야 하나? 저래야 하나? 인생은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하는 과정이라는 말도 오랜만에 떠오르는다. 나의 의지와 행동과는 엉뚱한 방향으로 상황이 와전되기도 한다. 미리 예상할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선택해야 한다. 나쁜 머리가 쉬지를 못한다.

이렇게 벗어나고픈 상황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방향을 찾으려 해도 모두가 헛수고이다. 마치 늪이나 뻘에 빠져 그나마 남아있는 힘을 낭비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허튼짓이란 말이 생겨서 여태까지 살아남았는지도 모르겠다. 작아지고 약해지는 몸뚱이는 이런 에너지 낭비를 견딜 수 없게 된다.

속으로는 소화도 되지 않고 입맛도 없도. 억지로 꾸겨 넣을 뿐이다. 밖으로는 여기저기 통증 세포가 돌아다닌다. 아니면 면역력이란 방패가 얇아지니 외부의 충격들이 피부와 근육을 마구 들쑤시는지도 모르겠다.

이럴 때는 병원에 가야 한다. 그것도 내면의 생기와 활기를 찾아 줄 한방의원을 가야 한다. 언제부터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자연스레 당골처럼 된 곳이 있다. 피곤에 절고 지친 심신을 이끌고 약속 시간 전에 잠시 가보게 된 곳이다.

선릉에 있는 동국해랑 한의원이다. 이런 한방의원에 대해서는 시골에 나이 지긋한 분이 명의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냥 약속 시간은 남고 가까워서 기대 안 하고 침이나 좀 맞으며 쉬면서 시간을 때우려 했었다. 물론 아프고 불편한 것이 주요한 원인이기는 했다. 그런데 갔다 오면 몸에 생기가 돌고 마음이 환해진다.

주치의처럼 여기저기 핵심위주로 찍어 주는 선생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첫 번째로 보이는 생명체의 눈빛. 나를 알아 봐 주는 그녀가 있기 때문이다. 강남 한 복판이라 스트레스가 최고로 몰린 곳에 끊이질 않고 이어지는 사람들로 짜증이 날 법도 한데도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게 하는 것이 눈벌이고 먹고살자면 어쩔 수 없이 참고 살아야 할 것이다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쉬운가?

이유가 어떤지는 팩트를 알 수가 없다. 마스크 위로 보이는 맑고 깨끗한 눈 빛과 말을 할 때마다 전해지는 상쾌한 민트향 같은 소리는 귀를 정화시켜 준다.

조금이라마 불편함이 없게 하려는 것처럼 느껴지는 눈빛과 말의 목적이 돈이면 어떻고 모에 베인 습관이면 어떤가? 치료하기 전, 후로 전해지는 생기와 친절의 값이면 어떤가? 한 번은 헷갈리기도 했다. 한의사 양반이 침을 잘해 그런 것인지? 프런트부터 심리 치료를 받아 그런 것인지?

단정한 머릿결, 마스크 위로 보이는 맑은 눈빛, 깔끔한 유니폼, 반듯한 자세, 친절한 안내가 잘 어우러진 그녀는 아름다운 여성이다.

그런데도 약간의 아쉬움은 남는다. 이제는 이름을 묻지 않았으면 좋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타천군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