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Faust Lucas Oct 30. 2020
가을 소풍
약속했다. 10월 6일 후배의 진급 축하 자리에서 또 다른 추억을 만들자는데 다들 동의했다. 아마도 그 자리가 아쉬웠던 것 같다. 약속이란 소중한 것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도, 살아오는 것도 수많은 우연이 모여 온 결과일 것이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는 늘 그러하듯이 우연히 만나 인연을 만들어 가고 또 그러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도 그런 듯하다. 이런저런 시간을 같이 한 50대의 중년 급우들과 동해안으로 1박 2일 여행을 가자는데 모두가 동의했다.
드디어 그 날 아침에 만났다. 해뜨기 전이라 그런지 서리가 내려서인지 싸늘함이 옷깃을 여미게 했다. 엄마가 싸주신 사과와 포도, 감을 챙겼다.
약 40여 년 전 국민학교 소풍 가는 아침 같았다.
그러고 보니 그때나 지금이나 소풍 가는 날은 잠을 설쳤다. 잔뜩 기대감으로 아침이 빨리 오기를 바라는 마음 탓일 것이다. 나이가 들면 어려진다는 말이 생각났다.
아직 그런 말 할 때는 아닌데 이상하다.
단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교통수단과 목적지까지의 거리이다. 그때는 가까운 곳에 걸어서 가거나 버스를 타고 갔다.
지금은 자동차로 4시간 이상 운전을 해야 갈 수 있는 곳이다. 1박 2일 코스이니 짧은 졸업 여행일 수도 있겠다.
주말이라 그런지 아침부터 도로는 차들로 붐빈다. 달리는 모습이 신나 보인다. 고개를 조금만 돌려보니 아침 이슬을 머금은 하늘이 눈부시게 파랗다.
수채화를 연이어 놓은 병풍의 연속인 듯하다. 푸르름과 울긋불긋함이 섞여 있다. 산 봉우리에서부터 노랗고 붉은 기운들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오는 모습에 눈이 호강이다.
소풍 가는 기분 탓일까? 입속에서는 흥얼거림이 절로 나온다. 깊어만 가는 가을이 자꾸만 옛 기억 속으로, 과거로만 이끈다.
소풍을 가는 건지 추억을 찾아가는 건지 헷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