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는 옥주현/정선아/서경수/남경주/이소유
#위키드 마지막 공연이 끝났다. 어제 7시 막공은 옥정서남이 페어였다. 옥주현 배우님의 목소리가 좋지 않다는 건 이미 들어 알고 있었지만, 어제 세미 막에서 디파잉 어레인지를 했다더라, 문제없었다더라라는 이야기를 듣고 내심 기대하며 공연장으로 들어갔었다. 하지만 초반부터 목이 좋지 않음이 확연히 느껴졌고, 평소보다 작은 목소리로 대사를 친다거나 넘버에서는 한 음 한 음 꾹꾹 정확히 부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 조마조마했었다. 그러다가 1막의 마지막 곡, 디파잉에서 목이 완전히 나가버렸고, 1막이 끝났다.
인터미션도 15분 정도 연장되었다. 손파바가 설 것이다, 언더가 설 것이다, 2막 공연이 취소될 것이다 등 갖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조금 더 기다리자 방송가 나왔다. 옥파바의 건강 이슈가 있고, 컨디션이 최고의 상태는 아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안내. 공연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 말이 끝나자마자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안내방송은 그 이후로도 더 이어졌지만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손이 부서져라 박수를 쳤기 때문이다.
배우가 되어 본 적은 없지만, 완벽한 준비와 좋은 컨디션을 갖췄더라도 무대는 알 수 없는 거라 생각한다. 심지어 배우의 목은 약 2주 전부터 좋지 않았고, 1막 끝 곡에서 나갔는데도 불구하고 다시 무대에 오르려 결정하다니. 지금보다 더 좋아지지 않을 상황이 뻔한데도 어떻게 마주할 수 있는 건지 싶었다. 객석에 있는 나도 이렇게 두려운데, 무대 아래서 그 두려움을 어떻게 삼키고 있을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극 중 역, 엘파바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오버랩됐다. 두렵지만 빗자루 위에 올라타 노래를 부르던, 바로 그 1막 마지막 곡의 엘피였다.
2부의 분위기는 1부와 달랐다. 2부를 여는 앙상블들의 목소리는 여느 때보다도 우렁찼고, 산만했던 객석 분위기도 완벽하게 고요해졌다. 극 흐름상 박수를 치지 않고 넘어가는 넘버에도, 배우의 등장에도 꼭 박수를 치며 응원을 보냈다. 배우들도 계속 상황을 체크하고 눈을 맞추며 극을 이어나갔다. 평소 <애즈 롱 - 나를 놓지 마> 넘버에서는 엘파바가 주도권을 이끌어가는 느낌이 강했다면, 오늘은 피예로가 전반적으로 끌고 나갔다. 또한 옥파바와 화음을 넣는 부분에서 볼륨이 작아지거나 하면 피예로가 바로 단단하게 목소리를 채웠다. <For Good> 넘버도 그랬다. 이 넘버는 원래 엘파바보다 글린다의 통곡 넘버로 더 유명한데, (글린다도 눈물 파티이긴 했으나) 오늘은 글린다가 엘파바를 지지해준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힘이 부치는 듯 보이는 순간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옥파바에게 힘을 준다거나 목소리가 작아지면 글린다의 목소리도 함께 작아지고, 커질 때는 함께 커졌다.
옥파바 역시 최대한으로 노력했다. 저번 17일에는 노굿디드를 생략했다고 들어, 넘어가겠구나 싶었는데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낮게 어레인지를 해서 부르고, 주문 가사도 조금 달라져있었지만 어떻게든 할 수 있는 최선의 상황으로 공연을 마무리하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졌다. 사실 옥파바 뿐만 아니라 공연장에 있는 모든 배우들이 그랬다.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호흡을 맞춰가고 있었는데도 자연스러웠다. 모두가 교감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평소보다 더 대사와 가사가 마음에 와닿았다. 벼랑으로 몰린 엘파바의 절박한 심정도, 글린다의 친구를 응원할 수밖에 없는 마음도, 네사도, 피예로의 감정도 모두 절절하게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동시에 배우들이 얼마나 서로를 의지하고 신뢰하는지, 이 팀이 얼마나 완벽한 팀인지도 느껴졌다.
커튼콜 때 옥주현 배우님이 공연 내내 관객들의 기도 하는 마음이 느껴졌다고 했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 비슷한 생각으로 공연을 지켜보았던 것 같다. 배우들은 완벽한 공연을 위해, 관객들은 최대한의 화답으로 서로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고 받으며 교감했다. 에메랄드 시티에서 정말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마지막 공연인 탓도 있겠지만 그 어느 공연보다도 많이 감동한 공연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극의 마지막을 볼 수 있어서, 그리고 공연의 분위기를 현장에서 온전히 느낄 수 있어 행복했다. 그리고 이 마법 같은 마지막 공연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한동안 에메랄드 시티에서 벗어나기는 힘들겠지만 ('이제는 내일로 나아갈 시간'에 눈물 버튼 열리는 사람) 다시 4연으로 찾아올 그날 까지 이번 공연의 추억을 소중하게 안고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