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밀크> 리더의 자질

by 스밍

*이 글은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2.jpg <밀크> 스틸컷


하비 밀크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선출된 성소수자 정치인이다. 타임스지가 선정한 20세기 위인 100인에 이름을 올렸고 ‘하비 밀크의 날’이 제정될 만큼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최고 훈장을 추서 하기도 했을 정도인데, 이는 단지 게이 정치인이라는 이유 때문이 아니다. 리더의 자리에서 참된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구스 반 산트의 영화 <밀크>는이 하비 밀크가 인권운동을 시작하게 될 때부터의 생애 마지막 8년을 보여준다.


<밀크> 스틸컷


“내 이름은 하비 밀크입니다. 여러분을 동참시키려고 왔습니다.”


밀크는 이 문장으로 첫 선거 운동을 시작했고 곧 그의 상징이 되었다. 밀크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보장을 위해 거리로 나선다. 차별받는 소수자들 역시 모두와 같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다양한 반대에 부딪히지만 이유 없이 자행되는 모든 형태의 폭력에 분노하고 목소리를 낸다.


영화에서는 특히 성소수자가 직장에서 고용 문제로 차별받을 수 있는 내용이 담긴 ‘6호 법안’에 반대하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마땅히 분노해야 할 사건들에 분노하고, 그 분노에 기꺼이 사람들을 동참시킨다. 또한 금기시되었던 커밍 아웃을 양지로 끌어오는 프로젝트 덕분에 ‘6호 법안’은 폐지된다. 인권의 문제는 우리의 가족 혹은 친구, 결과적으로는 ‘우리 모두’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movie_image.jpg <밀크> 스틸컷


또한 그가 정치인이 된 것은 어떠한 명예나 기득권을 위해서가 아니다. 영화에서 댄 화이트, 혹은 다른 의원들과 갈등을 빚지만 그때에도 항상 그를 어떠한 정치 영역으로 간주하는 것을 반대한다. 이 부분에서 인상적인 것은 신파가 없다는 것이다. 기계적으로‘국민을 위해’ 등의 통속적인 말을 읊지 않는다. 그는 모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리더를 자처했다. 댄 화이트가 밀크를 찾아와서 시비를 걸 때도 말한다.


“이건 그냥 직업이나 이슈가 아니에요. 이건 우리가 싸워가야 할 인생이에요.”


임시정부 이후 대통령의 자리를 거쳐간 많은 이들이 자신 혹은 자신과 관계된 이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하곤 했다. 전 정부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불미스러운 보궐선거가 치러진 이 시점에서 영화 <밀크>는 리더가 자신의 자리를 어떤 태도로 바라보아야 하는 지를 보여준다.


영화에서 결과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건 ‘희망’이다. 하지만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인간으로서의 가치와 존엄이 보장되어야만 가능하다. 하비 밀크가 희망의 아이콘으로 추앙받을 수 있었던 것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썼기 때문이다. 리더의 자질로는 많은 것들을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고, 왕좌의 무게를 첨예하게 느끼며 진정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세상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는 사람을 우리는 리더라 부른다.


희망만으로는 잘 살 수 없지만, 희망 없이는 인생을 살 가치가 없다. 그러니 당신, 그리고 당신은 그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 하비 밀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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