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비마트에서 밀키트를 찾다가 장바구니에 담고 화면을 나왔는데, 바로 아래 '방금 본 상품과 비슷한 상품'이라고 다른 밀키트를 보여줬다. 돼지고기 김치찌개 밀키트, 차돌 된장찌개, 다른 브랜드의 순두부찌개 등 맛있어 보이는 제품이 많아서 둘러보다 몇 개 더 장바구니에 담았다. 밀키트 하나와 채소 몇 개를 사서 최소 주문금액을 맞추려던 장바구니에는 어느새 4만 원 이상 어치의 물건이 담겨있었다.
이 경험이 놀랍도록 자연스러워 비마트와 비슷한 쿠팡에 들어가서 똑같이 순두부찌개 밀키트를 검색하고, 화면에서 나와보았다. 똑같이 '방금 본 상품과 비슷한 상품'이 떴다. 하지만 노출되는 리스트가 달랐다. 버섯감자들깨탕, 홍합탕 같은 맑은 국물 밀키트가 뜨고, 광고로 순두부찌개 양념 9개가 떴다. 얼큰한 국물 밀키트를 찾고 있는, 재료가 모두 준비되었으면 좋겠어서 밀키트를 찾고 있는 내게는 모두 구매하고 싶지 않은 제품들이었다.
차이는 또 있었다. 비마트는 장바구니에 담기 '+' 버튼이 커서 터치 한 번으로도 밀키트를 담을 수 있지만, 쿠팡은 직접 들어가서야만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다. 3%라는 할인율을 크게 명시해 둔 점, '냉동'을 표시해 놓은 점도 좋았다. 2인 자취 가구인 우리 집에는 냉장고가 크지 않아서 냉동 상품을 구매할 때 항상 냉동고 자리를 고려해야 하고, 밀키트가 냉장 상품인지 냉동 상품인지 들어가서 확인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베스트 리뷰' 딱지도, '2개 남았어요'라는 조급함을 불러일으키는 배너도 좋았다. 먼저 먹어본 사람들이 인증한 좋은 제품인 것 같아서 신뢰가 갔다.
컬리도 한 번 들어가 보았는데, 순두부찌개 밀키트를 검색했을 경우 정말 많은 빨간 국물 밀키트를 보여주었다. 컬리는 모두 실제 음식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배민과 달리 구매하는 제품으로 느껴지기보다는 요리로 느껴져서 '내가 어떤 빨간 국물'을 먹고 싶을지 집중하게 되는 효과가 있었다. 내 입장에서 만약 내가 이 순두부찌개를 골랐다고 했을 때, 다른 제품을 더 장바구니에 넣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금방 확인한 순두부찌개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이탈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다른 상품을 구경하러 갈 수 있는 플로우라고 생각했다.
이제 카톡 커스텀메뉴도 꾸미는 시대가 왔나 보다. 보통 카카오톡에서 제공해 주는 아이콘 정도로 정리하던 이 부분을 에이블리는 이벤트 성격에 맞춰, 지그재그는 브랜드 이미지에 맞춰 특별하게 변경했다. 카톡 CRM 메시지와도 톤이 맞으니 훨씬 눈에 띈다. 브랜드의 톤 앤 매너를 동일하게 가져가는 것 이외에도 좋은 건 메뉴 이름을 길게 쓸 수 있는 것이다. 카톡 커스텀메뉴 글자수는 띄어쓰기 포함 6자라, 실무에서 사용할 때 언제나 한계가 있었다. 예를 들어 에이블리의 '행운의 77특가'의 경우, 제공되는 템플릿으로 메뉴를 세팅하려면 '행운77특가' 정도로 말을 줄여야만 한다. 하지만 이미지로 세팅해, 브랜드가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전할 수 있다.
'지금 이 카톡을 캡처하세요!'라는 게릴라 인스타그램 이벤트. 카카오톡 친구추가 이벤트를 깜짝 이벤트로 풀어냈다. 참여 방법은 말 그대로 화면을 캡처해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공유하면 끝. 쉽게 참여할 수도 있고, 이미지 자체에 '카톡을 캡처하세요!'라는 말도 있어 스토리를 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쉽게 이벤트를 알릴 수 있다. 흔한 친구추가 이벤트가 될 수도 있었는데, 생각을 비틀어서 재밌게 풀어낸 이벤트.
컬리 푸드 페스타에서 좋았던 부스가 둘 있는데 하나는 마켓컬리다. 좋았던 이유는 디스플레이인데, 밀키트나 음식 재료를 주로 파는 컬리의 정체성을 똑똑하게 나타낸 부스라고 생각했다.
컨베이어 벨트 위에 수많은 접시들이 있고, 한편에는 밀키트가 컬리 컬러인 보라색 장바구니에 가득 담겨있다. 접시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조금씩 다르다. 어떤 접시는 떡볶이 접시고, 어떤 접시는 짜장면 접시다. 베트남/태국 음식을 담는 것 같은 접시도 있고, 레스토랑에서 볼 법한 말끔한 접시도 있다. 이렇게 빈 접시들 안에는 밀키트 요리의 리뷰가 쓰여있고 카드 아래에는 어떤 밀키트인지 쓰여 있다.
접시를 보고, 어떤 음식이 담긴 접시인지 상상하고, 상상을 하며 리뷰를 읽고, 긍정적인 리뷰에 감화하고, 마지막으로 어떤 요리인지 보여주면서 자연스러운 wow point를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QR 코드로 마켓컬리 앱으로 바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해 전환까지 이끌었다.
저 그릇에 모형이나 실제 요리가 담겨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는데 만약 그랬다면 그 밀키트를 사야 할 명분이 크게 다가오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냥 맛있어 보인다고 생각하고 사진 몇 장 찍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밀키트가 줄줄이 늘어져 있는 것도 볼썽사나웠을 것 같다. 그래서 빈 접시에 리뷰 카드를 올린 디스플레이가 더없이 좋았다.
컬리 푸드 페스타에서 그릭데이 부스도 좋았다. 줄이 가장 길게 늘어선 팝업이기도 했는데, 여기저기 공들인 티가 나는 부스였다. 부스의 목적은 그릭데이 친구 추가를 꾀해, 앞으로 CRM 메시지를 발송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톡 채널 추가를 하면 부스에 참여할 수 있게끔 했다.
채널 추가를 하고 나면 구멍이 세 개 뚫린 두꺼운 종이를 주는데, 이 구멍에는 그릭데이 컵이 주르륵 담겨 세 종류의 그릭데이 제품을 시식할 수 있다. 꾸덕꾸덕한 시그니처 버전, 라이트 버전, 마실 수 있는 드링크 버전 이렇게 세 종류다. 옆으로 이동하면 그릭 요거트에 곁들이기 좋은 콤포트와 그래놀라가 있다. 원하는 대로 내 요거트에 넣을 수 있고, 나눠주는 부채에 붙일 스티커도 마련되어 있어 부.꾸를 할 수도 있다.
부채에 스티커를 다 붙였을 시점, 내 세 가지 요거트를 만들었을 시점에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사진을 올리면 소용량 그래놀라를 주는 이벤트를 알리는 종이가 보인다. 이미 사람들은 그쯤되면 자신이 만든 요거트를 찍고 있을 때였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공유했다. 내가 줄 서있을 때를 기준으로, 내 앞에 모든 사람과 나 역시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공유해 상품을 받았다. 정말 재밌게 경험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흐름의 부스였다.
어느 순간부터 SMS으로 CRM 메시지를 보내기보다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브랜드들이 많아졌다. 문자로 보내더라도 아주 짧은 단문 + 짧은 URL로 후킹 하는 곳들만 많은 요즘, 트레바리는 꿋꿋하게 진심을 담아 길게 문자를 보내는 유일한 브랜드다.
트레바리에서 문자를 받으면 광고문자겠거니 넘기지 않고 제목부터 천천히 읽어보게 된다. 우선 글이 유려하고 잘 읽히는 데다, 정말 공을 들여 나를 위한 클럽을 추천해 주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독성을 위해 CRM 메시지를 짧게 다듬는 추세에 반해 긴 글을 선택한, 단문보다 장문 LMS가 비용이 더 발생할지라도 선택한 뚝심과 자신감에 클럽에 대한 자부심까지 느껴진다.
- 현대인이라면 누구든 있을 법한 거북목, 목어깨 통증을 건드리는 카피. 파란색 형광 컬러 손 그림이 진짜 시원할 것 같다는 느낌을 더한다.
- 지인들의 생일이 돌아올 때마다 고민하는 점을 소구 + 선물하기로 바로 연동될 수 있게 해 놓은 점!
- 명확한 제품 이미지, 가격, 이 착장이 필요할 때는 간결하게 설명한 카피라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