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4, 2주 후의 비행기표
방황도 이만하면 됐다 싶었다. 잡지 에디터를 8년을 꿈꿨지만 현실을 깨닫는 데는 6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잡지 어시스턴트를 그만두고는 소나기를 피하듯 도피처로 숨었지만 늘 마음 한 구석이 찜찜했다. 이도 저도 아닐 바엔 합법적인 마지막 방학을 내게 주자 결심했다. 평소 한 두 달의 여유가 생기면 머물고 싶던 곳들을 모으고, 다른 사람들의 여행 이야기를 매일 들여다보며 하루를 여몄다. 그러다 눈길이 머무는 글을 읽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는
샹그리아가 단돈 1유로!
마음에 파동이 일었다. 뒤적거리던 순례길 여행기에서는 몇 가지 키워드만 눈에 띄기 시작했다. 하루의 끝을 마무리하는 맥주, 어디서나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와인, 더운 낮을 잊게 해 줄 샹그리아, 안 먹으면 후회한다는 레몬 맥주.. 천국이 그곳에 있었다. 지체 없이 당장 2주 후에 출발하는 파리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매일매일 술을 마시며 걷고 있는 나를 상상하며.
*산티아고 순례길 중 프랑스길(Camino Francés)은 프랑스의 작은 마을 '생장(Saint-Jean-Pied-de-Port)'에서 시작한다. 프랑스 파리와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