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밍 Sep 02. 2020

산티아고 순례길 준비 2주면 가능한가요?

아니요ㅠㅠ



도착하자마자 마을 풍경 보기 바빴던, 예뻤던 생장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공항

 평소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던 경험이 있으니 2주면 충분히 준비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산티아고 순례길은 달랐다. 챙겨야 할 준비물도 일반 여행과는 비견되지 않았고, 등산 지식에 전무한 내겐 정말 어려웠다. 등산 스틱을 꼭 가져가야 할지, 스패츠가 진짜 필요할지, 바람막이를 가져가야 할지 경량 패딩을 가져가야 할지 날밤을 새며 검색해봐도 뭐 하나 자신 있게 결정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다녀온 사람들은 각각 말이 달랐다. 모두의 말을 들었다간 배낭이 20Kg는 될 것만 같았다.


 결국 아빠에게도 묻고, 산티아고를 다녀온 지인에게도 물으며 꼭 필요한 것만 갖춰나갔다. 이러는데만도 2주가 부족해 출발날 당일까지 몇 개의 택배는 오지 못했다. 문제는 더 있었다. 등산화는 어떻게 신는 건지, 끈은 어떻게 묶어야 하는지, 배낭은 어떻게 싸는지, 어떻게 매는지.. 등산 용품 사용하는 방법을 전혀 몰랐다. 등산화는 내 발에 맞게 길들여야 한다는데 딱 한 번 신은 게 전부였다. 그래도 파리에서 일주일은 머무르니 큰 문제는 없을거라고, 하루 이틀은 '등산화 매는 법' 같은 TIP을 찾아볼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하지만 파리에서 다시 정신을 잃어버리고

 다시 간 파리는 생각보다 더 좋았다. 햇빛 한 결에 웃음이, 모든 들숨과 날숨에 행복이 오갔다. 매일 같이 행복에 절여져 있는 와중에 '등산 스틱 찍는 법' 따위야 눈에 들어올 리 만무했다. 다가온 시간에 밀쳐지듯 바욘*으로 가는 심야버스에 몸을 실었을 때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출발하기 전날에는 출발하기 전날이라고 괜히 신났다. 검색창에 '산티아고 샹그리아'를 치며 내일은 샹그리아 트럭을 만날 수 있을지만 고대했다. 생수나 에너지바같은 걸 조금 사가려고 했지만 일요일이라서 마트가 문을 닫았다는 말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래도 나름 마을인데 생수나 간식은 내일 살 수 있겠지? 하며.


*당시 파리가 파업 중이라 생장에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은 심야버스가 일반적이었다. 심야버스를 탈 경우 생장과 가까운 바욘까지만 갈 수 있고, 바욘에서 생장까지는 기차 혹은 버스로 가야 한다.


첫날부터 깨알같이 챙겨 먹은 피맥






매거진의 이전글 산티아고’술례길’의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