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프롤로그 : 눈 감았다 뜨니 두 달 반이 사라져있었습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위대하다. 알고리즘의 신이 어느 날 내게 띄워준 위키드 쇼케이스 영상 하나에 나는 제대로 감겨버렸고, 그날로 밤을 꼬박 새우면서 위키드의 모든 영상들을 찾아다녔다. 혹시 하는 마음에 공연을 찾아보니 이미 끝나 있었다. 그것도 작년에. (당시 2017년, 위키드 재연은 2016년 5월부터 8월까지였다)
나의 이전 덕질들이 떠올랐다. 나는 꼭 남들 다 할 때 덕질을 안 하고, 남들의 활발한 덕질이 끝날 때야 덕질을 시작하는 늦덕 인생이었다. 예를 들자면 신화를 6집 활동이 끝난 후 긴 휴식기부터 좋아했고(이로부터 약 1년 반 후에야 정규 앨범이 나왔다�), 무대에 있는 배우 조정석 님을 좋아하기 시작한 시점은, 헤드윅 공연을 막 마친 그 시점부터였다. (그로부터 다시 무대에 있는 배우님을 보기까지는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번에도 무대를 보려면 최소 몇 년은 기다려야 할 게 뻔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유튜브에 박제된 넘버만 듣고 또 듣는 것. 그 당시에는 제대로 박제된 넘버가 많지 않았는데, <마법사와 나>, <이 낯선 느낌 - 밥 맛송>, <Popular>, <One short day>, <디파잉 그래비티>, <For Good> 이 여섯 곡을 정말 매일 돌려가면서 들었다. 2018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는 정말 매일 최소 3시간씩 들었을 정도였고, 다시 돌아와서도 꾸준히 듣고 있었다.
그렇게 기약 없는 미래를 그려가며 살던 어느 날, 드디어 위키드의 3연 소식이 들려왔다.
그리고 순식간에 서울의 마지막 공연이 끝났다.
티켓팅 일정이 발표되면 그날 아침부터 손이 떨리고, 매번 칼을 갈면서 티켓팅에 참전하고(실패를 곁들인), 시간이 날 때마다 취소표나 양도 표를 하이에나처럼 찾아다니던 시간들이었다. 통장의 안위를 위해, 많아도 세 번 정도 보려던 처음의 다짐은 금방 깨어져버리고 한 공연만 더 하면서 결국 여섯 번을 봤다. 한 번씩 더 볼 때마다 뻐렁치는 마음에 수많은 갈래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공연을 보고 나선 항상 에메랄드 시티 꿈을 꾸며 잠에 들어버렸는지.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나서야 후기를 옮기지 않았다는 걸 후회했다. 심지어 오늘은 마지막 공연이 끝난 지 일주일이 되는 날이지만 지금이라도 써보려고 한다.
2021년의 위키드를 영원히 추억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