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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 Dec 27. 2022

나,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下

아주 작은 성공부터 다시 시작하기

TO: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자신감을 잃었어요. 어찌하면 좋을까요.   





 어떤 자극이 저를 다시 끄집어내주기만을 바랐던 며칠이었어요. 호기롭게 나설 엄두를 내진 못하고, 대신에 틈틈이 읽고 보는 일을 계속했는데요. 그러던 중 한 강연을 만났습니다.



1부 먼저 읽고 오기



 유튜브 채널 세바시를 통한 야나두 대표님의 강연이었어요. 그는 작은 성공부터 다시 시작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일상의 아주 하찮은 습관도 성공의 범주에 넣어 시작하라고. 그리고 그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라고요. 이 말을 전하기 위해 그는 이렇게 화두를 던지죠.


“저는 실패 장인입니다. 그간 기획하고 진행했던 27개의 사업 중 24개를 실패했습니다.”     


 불쑥 그 무거운 중압감들을 어떻게 이겨내셨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역시 성공하는 이들은 떡잎부터 다른 걸까’하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그러나 그 역시 실패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막막했다며 대뜸 울음담을 고백하는데요.     


 “남자는 울 때 고개를 흔들지 않아요. 끝까지 눈물을 참다가 어깨를 들썩이죠.”


 그리곤 직접 행동묘사를 하시는데 청중은 일순간 웃음을 터뜨립니다. 더러는 웃느라고 무대 위 연사처럼 어깨를 들썩이기도 했죠. 당시 고통스러웠을 심정을 유머로 풀어내시다니, 그에게서 재담꾼의 향이 폴폴 풍겼습니다. 그 후로도 몇 차례 소소한 유머로 우리의 마음을 두드렸어요. 그는 사업가라는 높은 위신 대신, 친근함으로 다가와 주었고 어느새 우리는 그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어요. 그런 가운데 그가 짐짓 진지하게 이야길 꺼냅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원래 성공하기란 게 힘들어요. 제가 27개 하는 동안 겨우 11%밖에 성공 못했잖아요. 원래 힘든 게 성공이고 원래 실패가 훨씬 더 많아요. 그건 너무나도 당연한 진리인데 많은 분들이 그냥 다 한 번에 성공하려고 하시는 것 같아요.”     


 돌연 민망해졌어요. 단 한 번의 시도로 성과를 기대했던 게 저였으니까요. 단 한 번의 성취를 위해 다수의 실패란 질곡을 넘어야 함을 알면서도, 좋아하는 일을 대할 땐 늘 기대가 먼저 앞서곤 해요. 그리고 단숨에 들이켠 김칫국의 매운맛을 보고 나면, 다음 시도가 아주 두려워지죠. 

 그는 이 마음에도 공감해 주는 데요. 실패가 흔한 일이라 말하던 그였지만, 결코 실패를 대수롭지 않은 일로 치부하지도 않았어요.     


 “제가 스물일곱 번을 도전하고 스물네 번을 실패하는 과정에서 그 두려움과 공포는 점.점.점!점! 더 커져요. 처음 마주한 두려움과 공포감은 몰랐기 때문에, 너무나도 낯설었기 때문에 임팩트가 컸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 번째 세 번째 망하거나 또는 실패할 때 두려움이나 공포가 없어지지 않아요. 오히려 더 커지죠. 왜냐하면 알기 때문에. 얼마나 힘든지.”   

  

 그 힘듦에 동조해 주시니 큰 위안이 됐어요. 그런데 성공은 만만찮고, 그렇다고 실패를 딛고 다시 서는 일도 쉬운 게 아니라 하시니, 돌연 강연장의 분위기가 숙연해집니다. 자칫 엄숙함이 엄습한 가운데 그가 처방전을 꺼내들죠.     


 “여기서 제가 백 프로 성공하는 법을 알려드릴게요.” 일순간에 주의가 다시 집중되고요. 그가 이야기합니다. “저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감을 느낄 때 하루에 이를 세 번 닦는 것을 꼭 지켜요. (…) 그리고 밥을 세 끼 이상 안 먹어요.” 밥을 세 끼 이상 먹지 않는단 말에 우리는 다시 자지러졌죠. 하지만 이런 그의 말은 그저 유머가 아니었어요.     


 “그런데 왜 이런 행동이 중요하냐면 실패를 하면 모든 것이 너무 처참해져요. 모든 것에 대한 확신이 없어지죠. 인생에 있어 무엇도 더 이상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자기 주변에 있는 아주 작은 것부터 먼저 다시 성공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감정이 매우 중요하거든요."    

 

 그는 의지가 꺾여서 무엇도 할 수 없을 것 같을 땐, 반드시 성공할 수 있는 일부터 하길 권합니다. 손가락을 꼼지락꼼지락 움직이는 것처럼 백 프로 성공할 수밖에 없는 일부터요. 가령, 이를 닦는 일, 책상 정리를 하는 일, 한 시간 독사하기, 30분 운동하기 등 아주 작은 성취들을 해내라고요. 

 달리 표현하자면 ‘몰입’이겠죠. 그는 더는 어찌할지 모르겠을 때,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해요. ‘절대 실패하지 않을 계획을 세운 뒤, 일상에서 작은 성공을 하는 것’, 그가 다시 일어서는 법이었습니다. 그는 이 작은 성공의 경험들이 쌓여서 우리가 정말 바라는 것들에 가닿게 된다고 이야기해요. 

 그리고 그는 결국 닿고자 하는 곳에 닿게 되지요.     


 “저는 그걸 올해에 드디어 했어요. 2016년 5월까지만 해도  야나두에는 잔고가 11만 원 남아있었는데요. 2017년 1월 1일, 매출이 10억까지 나옵니다.

 여러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뭐냐면. 작은 성공의 경험이 매우 소중하다는 걸 아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것들이 모여서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간다고 생각하면 돼요. 그리고 어느 날, 그런 것들이 모여서 나도 모르게 흐름을 타기 시작해요. 그리고 그 흐름은 나만 믿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같이 믿어주기 시작해요. 그래서 그게 성공으로 도달하는 거죠. 저는 오늘 야나두를 이야기하면서 야나두의 현재까지를 저의 이름인 듯 이야기했지만, 알고 보면 많은 사람들이 저와 같은 작은 성공의 경험들이 모여서 이 큰 성공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도무지 무언가 할 수 없을 때, 무언가 해내고 있는 타인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보는 것. 좌절은 이렇게도 털어지더군요. 그는 ‘작은 성공 경험’의 파장이 결코 작지 않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증명해 주었어요. 당장 쟁취할 수 있는 성취에 집중하고 이에 의의를 두는 일은, ‘나’를 일으켜 세우는데 크게 일조함을 배웠습니다. 

    

 그로부터 힘을 얻은 김에 도움이 될 만한 책 한 권을 더 읽어보기로 했어요. 제 나름대론 당장의 작은 성취를 위한 행동이기도 했고요. 이때 읽은 책은 사람들에게 ‘평정심’을 선물하는 의사, 게일 가젤의 저서 「하버드 회복탄력성 수업」이었는데요. 


이전 강연에서 ‘할 것’에 대한 권유를 했다면, 책의 한 부분에선 ‘하지 말 것’에 대한 주의를 해주더군요.    

 


  책에 따르면 힘든 상황에 직면했을 때, 자신에게 2차 화살을 쏘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예를 들어, 1차 화살이 마주한 ‘상황’이라면, 2차 화살이란 그 상황에 ‘스토리’를 더하는 행위인데요. 많은 경우에 그 스토리엔 자괴감과 불운, 억울함, 분노 등의 부정적 감정이 녹아들기 때문이죠.     


 ‘2차 화살은 기본적인 사실관계에 더해 과거와 미래를 부정적으로 해석하거나 유추한다. 이 때문에 두려움, 분노, 불안, 근심, 초조, 심지어 우울증에 사로잡힌다. 가혹한 자기 판단이라는 2차 화살이 이 경험을 더욱 악화시킨다.’ 

- 게일 가젤, 손현선 번역. 「하버드 회복탄력성 수업」

 

저자는 2차 화살을 쏘지 않는 방법 또한 소개하는 데요. 놀랍게도 이 역시 현재에 ‘몰입’하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그 수단으로 명상을 추천하며 두 가지 실천법을 일러줍니다.     


 첫 번째, 오롯이 자신의 호흡에 집중할 것. 

 두 번째, 만일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면 이를 억누르지 말고, 그저 바라볼 것. 


 부정적 생각이 떠오를 땐, 그를 유유히 지나가는 구름이라 상상하고, 유유히 시야 밖으로 사라지는 광경을 지켜보라고 권하죠. 그저 관찰만 하는 게 관건이라 해요. 내 마음이 힘겹고 괴로운 생각에 휩쓸리지 않고, 그것이 그냥 지나가게 둘 수 있는지 지켜보는 겁니다. 그리고 이를 잘 해냈다면, 스스로 칭찬할 것 또한 강조하죠.     


 바라던 일로부터 한 번의 낙담을 했지만, 이를 통과하며 나를 괴롭게 하는 회로를 끊어내는 법, 그리고 작은 성취감을 모으는 법까지 배우게 됐어요. 물론 그럼에도 나의 실패의 역사는 앞으로 유구할 테죠. 그러나 멈추지 않고 꾸준히 해내기 위해서 이 두렵고도 고마운 실패들을 잘 안고 가보겠다고 이를 앙 물었습니다. 

 이제 와선 이전의 좌절이 오히려 다행이었단 생각도 해요. 그 경험을 건너는 동안, 앞으로 더 큰 낙담에 무너지지 않을 둑을 세워둔 셈이니까요.      


 그날의 지침들은 현재에도 매일을 운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글쓰기’를 멈추고 싶지 않았던 저는, 당장에 한 줄, 한 문장 적는 것에 몰두하고자 애쓰곤 했는데요. 그날들이 이어져, 오늘은 당시의 기억을 반추하며 한편의 글을 적고 있네요. 

 그날 강연에서 그가 전해준 말을 여전히 믿고 있습니다. ‘현재에 집중하며 당장의 작은 성취들을 쌓다 보면, 결국 행운에 닿는 날이 온다.’는 말이요. 만일 이 글이 당신께 닿았다면, 그날이 제겐 ’큰 행운에 닿은 날‘일 겁니다.     



 끝으로 아래의 글은 당시에 투고했던 짧은 글들 중 한 편인데요. 통하지 못한 글이기에 부끄럽지만, 지난 실패를 훌훌 털어버린다는 의미로 다시 옮겨보며 오늘의 편지를 마칠게요.     


대에 부푼 주관적 포부가 녹록지 않은 객관적 현실에 부딪힐 때,   

꾸준한 시도와 비례하는 좌절이 내 자질에 대한 의심으로 이어질 때,     


나를 꽉 채우던 기대와 확신은 스러지고 그 자린 단숨에 불안으로 번지겠지만,

불안에 자릴 뺏긴 동공이 자꾸 다른 길들로 향하기도 하겠지만,     


그럼에도 

이제는 다른 걸 해봐야겠다.’는 체념보다 

이번엔 다르게 해봐야겠다.’는 각성으로

모든 좌절과 불안넘어뜨릴 수 있기를.     


세 번의 실패가 아닌 

네 번의 도전이 될 수 있기를.     


-

p.s 

한편, 야나두 대표께선 영상에서 아래의 한 마디로 강연을 매듭지으셨습니다.     

 “야, 너두 할 수 있어.”          



- 출처 -


º기댔던 작품│게일 가젤, 현대지성, 손현선 번역, 「하버드 회복탄력성 수업」│세바시 강연: 김민철, 「100% 성공하는 법」

ºPhoto by @cxxichu on pinterest


◐ 연재 시리즈:   <작품에 기대어 내일을 기대해> 중


◑ 글: 이소 │instagram: @2st. so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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