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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 Dec 13. 2022

나,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上

- 아주 작은 성공부터 다시 시작하기


TO: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자신감을 잃었어요. 어찌하면 좋을까요.   



  


 ‘보내주신 원고는 검토해 보았습니다. (…) 다음 기회에 더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의 건승을 기원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출판사에 글을 기고했던 적이 있습니다. 실속보다 기대가 훨씬 더 컸던 제 바람은 당연히 순풍을 만나지 못했어요. 2019년의 초겨울이었는데요. 호기롭게 출판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때 이르고 투박했던 고백에 그치고 말았죠. 성벽처럼 두껍고 단단한 문을 어떤 요령도 없이 그저 혈기로 열어보겠다며 내달렸고 결국 널브러졌습니다.      


 이제는 나름 재미난 기억이 됐어요. 미흡했던 와중에도 당찼던 그때의 제 모습이 간혹 떠오르면, 민망함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웃어넘기곤 해요. 하지만 당시엔 한껏 움츠러들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전부터 바라고 있던 일들을 차례차례 시작해 보는 때였는데요. 감사하게도 그 가운데 작은 성취들이 있어주었고, 또 출판사의 거절은 그리 큰 비보도 아니었음에도 이상하게 마음이 크-게 요동쳤어요. 


 그 이유라면 제게는 글쓰기가 단연 좋아하는 활동이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글쓰기는 푸석하고 생기 없던 제 일상에 물을 주고 색을 칠하는 일과 같았거든요. 글을 쓰는 일은 부단히 애를 쓰는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나’의 자아가 선명해지는 시간이어서 좋았어요. 게다가 짧은 글들을 완성할 때마다 희열도 컸고요. 계속 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출판사의 거절은 혹 정말 좋아하던 상대에게 마음을 거절당한 착잡함과도 같았어요. ‘차라리 표현하지 말걸. 서툰 고백을 하지 말걸. 그럼 계속 좋아할 수 있을 텐데.’란 생각을 했던 점에서요.   

   

 다른 출판사의 문도 두드려볼까란 생각을 하기엔, 이미 부족하다는 확신이 들어 그럴 수도 없었습니다. 거절이 반복된다면, 점점 쓸 용기를 내지 못할 것 같았거든요. 단 한 번의 낙담에도 한동안 글쓰기를 멈출 수밖에 없던 저였으니까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약한 나를 마주하니 당황스럽고, 실망스러웠어요. 안쓰럽기도 했고요. 


 그래서 재빨리 다시 일어서고 싶었어요. 출판사가 회신으로 전해준 따뜻한 격려도 가슴 깊이 새겼습니다. 그럼에도 ‘앞으로도 쭉 넘볼 수 없는 일인 걸까?’라는 체념 섞인 의문이 제 몸을 둘둘 감아버렸고, 그 때문에 한 발도 내디딜 수 없었습니다.     


 어떤 자극이 저를 다시 끄집어내주기만을 바랐던 며칠이었어요. 호기롭게 나설 엄두를 내진 못하고, 대신에 틈틈이 읽고 보는 일을 계속했는데요. 그러던 중 한 강연을 만났습니다.



2부에서 계속 됩니다.


ºPhoto by @cxxichu on pinterest

◐ 연재 시리즈:  <작품에 기대어 내일을 기대해> 중

◑ 글: 이소 │instagram: @2st. so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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