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욱 에세이를 읽고 쓴, 독서 Essay
처음 사랑을 시작하려 할 때, 망설임보단 기대가 좀 더 앞선다면,
다시 사랑을 시작하려 할 땐, 주저하는 마음이 훨씬 더 앞서곤 합니다.
당시의 상처가 여전히 아파서, 혹은 여전히 상대가 그리워서.
사랑에 대한 기대가 시들어서, 혹은 사랑의 무게가 버거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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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난 사랑과 다음 사랑 사이의 간극. 우리는 모두 이 시간을 지나왔거나 지나고 있을 테죠. 책 「다시 사랑하고 살자는 말」에서 저자는 그 시간동안 당신(저자)이 마주했던 감정을 단편적으로 나열합니다.
애틋하게 사랑했던 기억, 애절한 그리움, 사랑 앞에 움츠러든 마음, 그럼에도 사랑을 기대하는 마음 등 그가 토로한 감정을 읽는 우리는 그의 감정에 공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의 아픔이 나만의 아픔이 아니었구나.’ ‘지금 드는 감정이 비틀린 감정이 아니구나.’라며 안심하고, 동시에 위로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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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사랑이 지고 마음이 움츠려있을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충분한 시간과 최소한의 위로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위로’가 그리워질 때, 우리는 다시 사랑을 기대하게 되는 건지도 모릅니다. 사랑이 가장 큰 위로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랑이 가장 큰 힘이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한동안 사랑을 밀어내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다가서고 싶은 마음이 이는 건, 결국 살고자 하는 본능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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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삶에 등 떠밀릴 때 우리가 찾는 건, 다름 아닌 꼭 맞잡을 두 손이지 않던가요. 그런 의미에서 사랑의 공백기는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지만, 어떤 의미에선 더욱 성숙한 사랑을 마중하는 준비과정이기도 합니다. (설령 사랑에 방어적 태도로 일관하던 순간마저 도요.)
이 시간 안에서, 이별의 아픔을 지독히 앓았던 누군가는, 사랑의 소중함을 절감하게 됐을 테고요. 다시는 사랑에 휘둘리기만 하진 않겠다던 누군가는, 자신의 내면을 공고히 다져갈 겁니다. 사랑에 관한 환상에 기대었던 누군가는, 사랑 자체에 기댈 만큼 마음이 자라기도 할 테죠.
그리고 그들은 또다시 시랑을 향해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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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은 어떠하신지요.
시간이 꽤 걸릴지라도 지난 사랑에 대한 아픔 혹은 아쉬움이,
언젠가 새 사랑에 대한 기다림으로 기울기를 바랍니다.
사랑만큼 우릴 살게 하는 힘이 또 있던 가요.
그러니까 다시, 사랑하고 살자는 말입니다.
아니, 그럼에도 다시, 사랑하고 살자는 말입니다.
글: 이소│@2st.soar
- 위 글은「다시 사랑하고 살자는 말」(정영욱, 북이십일 arte) 을 읽고 작성한 '독서 에세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