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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월 Dec 22. 2023

마음속 먼지

手-Feel(수필)

커튼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면 빛기둥을 따라 먼지들이 떠다니는 것이 보인다. 그러면 이상하게 목이 칼칼해지고 숨 쉬는 게 불편하다. 햇빛이 들어온다고 먼지가 더 많아진 것도 아닌데 단순히 안 보였던 먼지를 본 것만으로 편안하고 쾌적했던 공간은 예전 같지 않아 진다.


집에 있을 때 나는 주로 커튼을 치고 지내는 것 같다. 커튼이 걷히면 밖에서 집 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어 불편하고 창문까지 열어두면 바깥의 소음과 함께 겨울에는 찬 바람까지 들어오기 때문이다. 환기를 시키기 위해 의무적으로 창문을 열거나 출근할 때 어차피 빈 집으로 남아 있는 경우에만 커튼을 여는 것 같다. 그러다 주말 오후 침대에 늘어져 있다 이런 빛기둥 속 먼지들을 보면 흠칫 놀란다. '이렇게나 먼지가 많구나'


보이지 않는 먼지, 즉 생활먼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품고 산다. 커튼을 열고 햇빛을 들이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는다. 티 나지 않지만 그래서 계속 쌓이고 나중에는 우리의 건강을 해친다. 비슷하게 우리는 각자 내면에 이러한 생활먼지들, 좋지 못한 생각과 감정을 품고 사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나의 삶을 망치거나 타인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그런 것들. 그러나 그대로 내버려 두면 결국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병들게 하는 그런 것들.


그래서 우리는 주기적으로 커튼을 활짝 열고 햇빛을 쐬어 나의 내면에 떠다니는 먼지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마음을 청소할 결심을 통해 내 안에 남아 있는 먼지 같은 감정과 나쁜 생각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커튼이 걷히면 밖에서 집 내부가 환히 보이는 것처럼 마음의 커튼도 열면 나의 내면을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 창문까지 열면 찬바람에 마음이 춥고 밖의 소음에 혼란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해야만 우리는 제대로 된 청소를 할 수 있다. 청소를 해야만 우리는 포근함과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내면이 포근하고 쾌적하면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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