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念(잡념)
직원들의 머리 위로 숫자가 보입니다. 이 과장님은 1시간 45분, 김 대리님은 25분, 박 팀장님은 50분. 이런, 오 차장님은 2시간 45분. 차장님께 응원의 눈빛을 보내드립니다. 이 머리 위에 숫자는 바로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입니다.
가끔 회사에서 직원들의 머리 위에 출퇴근 시간이 보인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합니다.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지옥철을 2시간 45분 겪고 출근한 오 차장님이 회의 시간에 감기는 눈을 뜨고자 처절하게 손을 꼬집는 모습을 본다면 속으로 공감과 응원을 보내지 않을까요?
지옥철에 억지로 몸을 밀어 넣고 낯선 이들과 부대끼며 짐짝처럼 실려 가다 보면 아무리 그날 아침 개운하게 자고 일어났더라도 체력이 쭉쭉 빠지는 것을 느낍니다. 오 차장님은 분명 다른 직원들보다 조금은 힘든 조건에서 근무를 시작하실 겁니다.
업무시간에 포함되지 않지만, 통근시간은 업무에 (재택근무가 없는 회사의 경우) 필수불가결하며 직장인들의 하루 컨디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15분 만에 회사에 출근해서 일하는 직원과 2시간 넘게 걸려 출근한 직원의 피로감은 다를 것이고 기타 변수들이 동일하다면 생산성 역시 통근 시간이 적을수록 높을 것입니다.
혹자는 이런 말을 할 수 있습니다. ‘통근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면 회사 근처로 이사 오면 되는 것 아니냐. 누군가는 주거비를 투자해 시간을 확보한 것이다. 그러니 통근시간으로 인해 회사에서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핑계이다.’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건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집을 구매하든, 전월세로 임차할 집을 계약하든 주거비를 지불하여 회사에서 가까운 곳에 통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돈으로 시간을 산다.’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이런 분들에게는 '직주근접'은 선택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멀리서 통근해야만 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습니다. 가령 노부모를 모시고 사는 분이나 혹은 넉넉하지 않은 경제 상황으로 인해 멀리서 통근하시는 분들에게는 ‘직주근접’이 선택의 문제가 아닌, 긴 통근시간이 유일한 대안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통근시간을 반영하여 인사평가를 매기거나 업무량을 조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입니다. 누군가는 이를 악용할 여지도 있고 명확한 기준과 체계를 세우는 것도 어렵습니다. 또한,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어떤 분들에게는 직주근접이 선택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어 이를 기준으로 직장에서 혜택을 줄 수는 없겠죠.
그렇지만 출퇴근도 분명 노동입니다. 사람들이 알아주지도 않고 본인의 업무역량을 키울 수도 없는 그 노동을 누군가는 남들보다 더 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혜택을 줄 수 없다면, 주변 동료들이라도 노고를 알아주고 배려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조금이나마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도 치열한 출퇴근길에 오르는 모든 직장인 분들, 혹시 오늘 회사에서 되는 일도 없었고 상사에게 깨지기만 했으며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생산성이 떨어졌다고 느꼈다면 너무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지옥 같은 출퇴근길을 오늘 하루도 꿋꿋하게 버텨내신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취입니다. 그러니 스스로에게 자책과 후회보다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건네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