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소 선정, 주의사항

by 이탤릭

S#1. 인쇄소 선정

인쇄소를 고를 때는 늘 멘땅에 헤딩이다. 누군가의 추천으로 알게 되기도 하고, 검색으로 찾아 직접 전화를 돌려보기도 한다. 작년에 그림 컬러링북을 제작할 일이 있어서 기존에 거래하던 업체와 새 업체 두 곳을 검토했다. 기존 업체 중 그림책을 주로 찍는 곳이 있어 미팅을 했지만, 요구 조건을 조금 디테일하게 말하니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다. “다른 데선 이렇게까지 안 합니다”라는 말까지 했다.


우리만 까다로운 걸까 싶었지만, 사실 퀄리티 있는 책을 내는 출판사는 반드시 인쇄소와 세세하게 조율하며 진행한다. 인쇄소가 “그건 어렵다, 통상적으로 안 된다”라는 답변만 반복한다면 다른 업체를 알아보는 게 맞다. ‘안 되는 건 없다. 다만 그 인쇄소가 거기까지밖에 못하는 것’일 뿐이다.


인터넷 검색으로 몇 군데를 추려 전화를 돌리고 발주서를 넣어봤다. 그중 한 인쇄소는 “디테일한 감리 진행해드리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라고 답했다. 단순한 말이었지만 그 한마디에 신뢰가 생겼다. 대부분의 인쇄소가 방어적으로 나오던 상황에서, 이렇게 먼저 안심을 주는 태도는 큰 차이를 만들었다. 결국 우리는 이 인쇄소에 맡기기로 했다.


감리는 사장님이 직접 본다고 했다. 인쇄 잘 맞출 테니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그림 인쇄는 처음이라 현장을 보고 싶다고 했다. 실제 감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기장님과 사장님이 색을 맞추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인쇄소 분위기를 살펴볼 수 있었다. 꼼꼼하게 조율하는 모습을 보며 ‘이 업체라면 믿고 맡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S#2. 인쇄소 방문은?

우리가 거래하는 인쇄소는 주로 파주와 충무로에 있다. 예전에는 물량이 많아 양쪽을 다녔지만, 최근엔 파주 쪽이 많다. 운전면허가 없던 시절에는 합정역에서 인쇄소 근처까지 대중교통을 타고 가면 인쇄소에서 과장님이나 부장님이 직접 픽업을 나오기도 했다. 지금은 운전면허를 따서 직접 차를 몰고 다닌다.


파주까지 직접 가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인쇄소 담당자에게 미리 연락하면 대부분 픽업을 해준다. 인쇄소 직원들은 대체로 친절하다. 나처럼 소심하고 낯가리는 사람도 여러 차례 인쇄소 미팅을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향적인 태도를 배우게 됐다. 물론 퇴근 후엔 다시 내향 모드로 돌아오지만, 적어도 업무 시간에는 인쇄소 미팅이 좋은 훈련이 된다.


S#3. 인쇄소 가기전 준비물

인쇄소를 방문할 때는 빈손으로 가면 곤란하다. 최소한 교정지는 챙겨가야 하고, 별색 인쇄를 한다면 칼라칩도 함께 가져가야 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칼라칩과 인쇄소에서 쓰는 칩이 조금씩 다르거나, 오래된 칩은 색이 변해 있을 수 있다. 이럴 경우 사고가 생길 수 있으니, 가능하다면 우리가 확인한 기준 칩을 들고 가는 것이 안전하다.


추가로, 진행하는 책의 더미(mock-up)나, 출력물 간단한 샘플을 가져가면 인쇄소에서 결과물을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그리고 인쇄 사양서(페이지 수, 제본 방식, 종이 종류, 코팅 여부)를 미리 준비해 전달하면 현장에서 불필요한 혼선을 줄일 수 있다.


S#4. 마무리

인쇄소는 결국 파트너다. 단가만 보고 선택하기보다, 얼마나 성실하게 대응해주는지, 문제 상황에서 함께 해결하려는 태도가 있는지를 봐야 한다. 경험상 “그건 안 됩니다”라는 말만 하는 곳보다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라고 말하는 인쇄소가 훨씬 믿음직하다.


좋은 인쇄소를 만나는 건 쉽지 않지만, 일단 관계를 맺고 나면 그 자체가 큰 자산이 된다. 결국 디자이너의 실무는 이런 선택의 연속에서 완성되는 것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라떼는 쿽을 사용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