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생>을 보다가 장그래가 회의실에서 말문이 막혀 멍하니 서 있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는 답을 준비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고, 그 몇 초가 길게 이어졌다. 주변은 그대로 흘러가는데 혼자만 멈춘 것 같은 그 모습...
나도 그런 순간을 자주 겪는다. 뭔가를 말하려다가 머뭇거리거나, 일을 하다 괜히 멈춰 서 있는 시간. 다른 사람들은 잘 굴러가는 것 같은데, 나만 뒤처진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괜히 스스로를 더 몰아붙인다.
그래서 그 시간이 너무 싫었다.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잠깐 멈춘 것도 실패처럼 여겼다. 하지만 멈춘다고 세상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잠깐 멈췄을 때 마음이 정리되고, 그다음 걸음을 조금 더 편하게 내딛을 수 있다.
이제는 억지로 속도를 맞추려 하지 않는다. 멈추고 싶으면 잠시 멈추기도... 남들보다 뒤처진 것 같아도 괜찮다고 혼자 말한다. 그렇게 하면 마음이 조금 덜 무겁다. 오늘도 잠깐 멈추다가,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