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지호가 하고 싶은 말을 삼키고 혼자 집으로 돌아가던 장면이 있었다. 누구에게도 티 내지 않았지만, 얼굴에 남아 있는 표정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그 순간이 낯설지 않았다.
나도 종종 그런다.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지만 끝내 꺼내지 못할 때가 있다. 괜히 분위기를 흐릴까,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별별 생각이 앞서면서 결국 조용히 넘어가 버린다. 겉으론 아무렇지 않게 웃고 있었지만, 돌아와서 혼자 그 말을 곱씹곤 했다.
그땐 말하지 못한 나를 탓했다. 왜 그때 한마디 못 했을까, 왜 그렇게 소극적이었을까.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모든 걸 다 말할 필요는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중요한 말은 언젠가 다른 방식으로도 흘러나왔고, 필요 없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말하지 못했다고 해서 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저 그날은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다. 오늘도 전부 말하지 못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