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에서 지안이 억울한 상황을 겪고도 아무 말 못 한 채 자리에 앉아 있던 장면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자기 일에 몰두했는데, 혼자만 다른 공기 속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화면은 조용했지만 묘하게 무거웠다. 그 모습이 오래 남는다.
생각해보면 나도 그런 적이 많았다. 일을 하면서도 겉으론 바쁘게 움직였지만 속은 늘 흔들렸다. 잘하고 있는 건지, 내가 하는 게 의미가 있는 건지, 괜히 꾸미듯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어떤 날은 일이 잘 풀려도 마음은 무겁고, 어떤 날은 아무 일도 안 했는데 하루가 다 지나간 것처럼 지쳐 있었다.
이걸 게으름이나 능력 부족 탓으로 돌렸다. 스스로를 몰아세우면서도 더 불안해했다. 지금은 흔들린다는 건 내가 약해서라기보다 그냥 그 순간의 내 모습일 뿐이다. 누구나 그럴 수 있고, 그게 꼭 잘못은 아니다.
불안이 올라오면 억지로 지우려 하지 않는다. 잠깐 ‘지금은 이렇구나’ 하고 인정한다. 완전히 괜찮아지진 않지만, 최소한 스스로를 몰아세우던 무게는 줄어든다. 그리고 그렇게 하루가 또 흘러간다. 그 자리에서 그냥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