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건축학개론>에서 주인공이 옛집을 다시 찾는 장면이 있었다. 낡고 오래된 공간이었지만, 그 안에는 그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나도 오래전에 머물던 기억들이 떠올랐다.
나에게도 그런 장소들이 있다. 오래된 학교 복도, 예전에 다니던 버스 노선, 몇 년 전 살던 동네의 작은 가게. 그곳을 다시 지나치면 특별한 사건이 없었는데도 마음 한쪽이 흔들린다. 이미 끝난 시간이지만, 그때의 공기와 감정이 몸속 어딘가에 남아 있는 것 같다.
전에는 이런 감정이 싫었다. 과거에 머무는 내 자신이 싫기도 했다. 지금은 그 기억들이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 아픈 기억도 있었지만, 그 안에서 배우고 자란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낡은 기억을 일부러 밀어내지 않는다. 때로는 불쑥 떠올라 마음이 흔들리기도 하지만, 그 또한 내 삶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오래된 기억 하나가 스쳐갔지만, 예전만큼 무겁게 붙잡지 않고 흘려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