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다른 순간

by 이탤릭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 주인공이 큰 기대를 하고 준비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던 장면이 있었다. 함께 웃을 줄 알았던 상황이 오히려 어색하게 끝나면서, 화면 속 인물은 잠시 멈춘 듯 보인다. 그 모습들 속에서 나도 여러 번 겪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나 역시 어떤 만남이나 일을 앞두고 머릿속으로 수십 번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이렇게 말하면 분위기가 좋아질 거라고, 이렇게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그런데 실제 상황은 늘 다르게 흘러갔다. 준비한 말은 쓸모가 없었고, 기대한 결과는 오지 않았다. 그때마다 허무하다.


전에는 이런 어긋남이 다 내 탓이라고 생각했다. 준비가 부족했거나, 내가 모자라서 그렇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난 명상 하면서 삶은 원래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오히려 예상과 다른 순간 속에서 새로운 길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애써 시뮬레이션을 많이 하지 않으려 한다. 기대했던 모습이 오지 않아도 괜찮고, 지금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오늘도 생각과 다른 하루지만, 예전처럼 실망하지는 않는다. 그저 그런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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