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벽

by 이탤릭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주인공이 가까워지려는 사람을 애써 밀어내던 장면이 있었다. 겉으론 무심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두려움이 느껴진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도 비슷한 마음이 떠올랐다.


나 역시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습관이 있다. 겉으로는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마음을 다 털어놓는 일은 드물다. 누군가가 내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언젠가 떠나거나 상처를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먼저 앞선다. 그래서 괜히 한 발 물러서게 된다.


이런 태도가 답답하게 느껴졌었다. 왜 나는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지, 왜 늘 선을 긋는지 스스로를 탓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은 내 자신을 이해하게 됐다. 그 벽은 나를 지키기 위해 세운 것이기도 했다는 걸.


지금은 벽을 없애지는 못하지만, 조금씩 문을 내보려 한다. 꼭 모든 걸 드러낼 필요는 없지만, 필요한 순간에 한 걸음 다가갈 용기는 내보려고 한다. 오늘도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벽이 낮아진 순간이 있다. 예전 같았으면 피했을 대화였지만, 이번엔 그냥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기대와 다른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