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인물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 문득 잠시 서는 장면이 있었다. 주위는 그대로 흘러가는데, 혼자만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모습이었다. 그 장면에서 나도 종종 비슷한 순간을 겪는다는 걸 생각한다.
나는 일을 하다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거나, 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출 때가 있다. 분명 해야 할 일은 쌓여 있는데, 마음이 따라가지 못해 그냥 가만히 서 있는다.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보여도 속은 복잡하다.
이런 시간을 무조건 낭비라고 생각했다. 멈추면 뒤처질 거라는 불안 때문에 억지로라도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지쳐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이젠 잠깐 멈추는 순간이 꼭 나쁜 건 아니다. 오히려 멈췄기 때문에 마음이 정리되기도 하고, 다시 시작할 힘을 얻기도 했다. 오늘도 해야 할 일을 미뤄두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불안했지만, 지금은 그저 그런 시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