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서울>에서 길을 걷다 우연히 들은 낯선 사람의 말 한마디에 잠시 멈춰 서는 장면이 있다. 대단한 대사가 아니었는데도, 그 순간 공기가 바뀌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도 평소에 스쳐가는 말에 쉽게 마음이 흔들린다. 누군가 무심코 한 말이 오래 남아 괜히 의미를 붙여가며 되새길 때가 있다. 상대는 이미 잊었을 말인데, 나는 며칠 동안 붙잡고 있는 것이다.
그게 나를 더 지치게 만들었다. 왜 이렇게 사소한 것에 흔들리는지 스스로 답답했다. 지금은 스쳐가는 말이 마음을 건드리는 건, 내 안에 이미 그 말과 닿아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순간이 오면 억지로 밀어내지 않는다. 불필요한 해석은 줄이려 하지만, 마음이 움직인 사실만큼은 인정한다. 오늘도 누군가의 짧은 한마디가 마음에 남았다. 예전 같으면 무겁게 붙잡았을 텐데, 지금은 그냥 그런 말도 스쳐가도록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