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by 이탤릭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주인공들이 잠시 골목길을 걸으며 대화를 나누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큰 사건은 아니었지만, 오래된 건물과 바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같은 배경이 오히려 더 크게 다가왔다. 그 장면은 꾸미지 않은 일상의 풍경 그대로였다.


그 장면을 떠올리면 지금 내가 자연을 바라볼 때의 마음과 겹쳐진다. 숲길에 들어서면 나무는 그냥 서 있고, 새는 날고, 바람은 분다. 자연은 늘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 꽃도 피면 그냥 피고, 지면 그냥 진다. 여기에 감정을 얹는 건 결국 나다.


단순한 것을 잘 보지 못했다. 무언가 의미를 붙여야만 살아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괜히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들었다.


지금 자연은 늘 단순했고, 그 단순함 속에 답이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라도 자연을 보려고 한다. 나무와 꽃, 바람을 바라보다 보면 내가 얼마나 많은 해석을 붙이며 살았는지 알게 된다. 자연은 언제나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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