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그림 이야기 — 색이 노래하던 순간

칸딘스키

by 이탤릭
640px-Vassily_Kandinsky,_1913_-_Composition_7.jpg Wassily Kandinsky, Composition VII (1913) / Wikimedia Commons / Public Domain

칸딘스키의 그림을 처음 보면, 솔직히 조금 어렵다.

무엇을 그린 건지 한눈에 알 수 없고, 선과 색이 제멋대로 흩어져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래 보고 있으면 ‘규칙 같은 게 있다’는 느낌이 든다.

눈으로는 잘 모르겠는데, 마음이 리듬을 따라간다.


그는 원래 법학을 공부하던 사람이었다.

서른 살이 넘어서야 그림을 시작했다.

한 전시회에서 모네의 <건초더미>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림이 사물이 아니라, 색 자체로 감정을 전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거다.

그때부터 그는 형태를 버리고 색을 믿었다.


칸딘스키는 색을 소리로 느꼈다.

파란색은 깊은 첼로 소리, 노란색은 밝은 트럼펫, 빨강은 강렬한 드럼처럼 들린다고 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마치 음악처럼 보인다.

리듬이 있고, 강약이 있고, 여운이 있다.


<Composition VII>을 보면 혼란스럽지만 조금만 자세히 보면, 색이 밀고 당기며 서로 대화를 나눈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이 제멋대로 연주하는 것 같지만 결국엔 하나의 곡이 완성되는 느낌이다.


우리가 세상을 볼 때도 그렇다.

겉으로는 복잡하고 엉켜 보여도, 그 안엔 분명한 조화가 있다.

칸딘스키는 그걸 색으로 보여줬다.


그의 그림을 보면 나도 편안해진다.

정리되지 않아도 괜찮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 같다.

결국 중요한 건, 내 안의 색이 어떤 소리를 내는가 하는 것이다.





바실리 칸딘스키 / Wassily Kandinsky (1866 – 1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