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그림 이야기 — 선으로 말하던 사람

에곤 실레

by 이탤릭
Egon_Schiele_-_Self-Portrait_with_Physalis_-_Google_Art_Project.jpg Egon Schiele, Self-Portrait with Chinese Lantern Plant (1912) / Wikimedia Commons / Public Domain

에곤 실레의 그림은 보기 불편하다.

선이 너무 날카롭고, 몸이 뒤틀려 있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선을 떼기 어렵다.

그 불편함 안에 뭔가 진실 같은 게 있다.


실레는 스무 살도 되기 전에 천재로 불렸다.

그림을 잘 그려서가 아니라, 그림에 ‘솔직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예쁜 걸 그리려 하지 않았고, 사람의 불안, 외로움, 욕망 같은 걸 숨기지 않았다.


그가 그린 자화상을 보면 마치 자기 자신을 해부하듯 바라본다.

가늘고 긴 손가락, 삐뚤어진 어깨, 그리고 정면을 향한 눈빛, 그건 거울을 보는 눈이 아니라, 스스로를 파고드는 눈이다.


실레는 말했다. “나는 육체보다도 영혼을 그리고 싶었다.”

그래서 그의 선은 뼈처럼 날카롭다.


그의 삶은 짧았다.

28살, 스페인 독감으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가 남긴 선들은 아직도 살아 있다.

그 선들은 완벽하지 않고, 때로는 거칠고 엉성하지만, 그 안엔 사람이 있다.


가끔 나도 그렇다.

예쁘게 그리고 싶은 마음보다, ‘진짜’를 그리고 싶은 순간이 있다.

그 마음이 실레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늘 불안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자기 자신을 그렸다.

그게 용기라는 걸, 그의 선이 대신 말해준다.





에곤 실레 / Egon Schiele (1890 –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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