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디
모란디의 그림에는 사건이 없다.
화려하지도, 특별하지도 않다.
그저 탁자 위에 놓인 병, 컵, 그릇들. 그게 전부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래 보게 된다.
아무 일도 없는데, 그 안에 조용한 리듬이 있다.
모란디는 평생 같은 사물만 그렸다.
형태도 거의 바꾸지 않았다.
병의 위치를 조금 옮기거나, 빛의 각도를 조금 바꾸는 정도였다.
그게 그의 하루였고, 그의 세계였다.
사람들은 물었다.
“왜 그렇게 비슷한 걸 계속 그리나요?”
그는 대답했다.
“모든 것은 다르다.”
그 말이 참 오래 남았다.
같은 것을 반복해도, 그 안엔 언제나 다른 순간이 있다라고 들렸다.
그건 아마 살아가는 일도 비슷할 것이다.
우리는 매일 같은 하루를 보내지만 그 안엔 작은 차이들이 숨어 있다.
어제보다 조금 밝은 빛, 조금 다른 마음들 모란디는 그걸 알고 있었던 사람 같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공기가 천천히 움직이는 것 같다.
시간이 멈춘 게 아니라, 조용히 흘러가고 있다는 걸 그가 알려주는 듯하다.
조르조 모란디 / Giorgio Morandi (1890 – 19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