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메르
베르메르의 그림에는 늘 창문이 있다.
그리고 그 창문으로 들어온 빛이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대신한다.
그는 큰 사건을 그리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책을 읽는 여인, 편지를 쓰는 사람, 그림자를 가진 방 안의 공기.
그게 전부이다.
그의 그림을 보면, 빛이 말을 건다.
아침인지, 오후인지 알 수 없지만 그 시간의 냄새가 느껴진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유명하지만 나는 오히려 창가의 여인이 있는 그림들이 좋다.
소리 없는 공간, 먼지처럼 떠다니는 빛.
그 안에서 사람들은 생각하고, 기다리고, 그냥 존재한다.
베르메르는 빛을 그렸지만 사람의 마음을 비추고 있었다.
그 빛은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다.
그저 있는 그대로, 한 사람의 하루 위에 내려앉는다.
요즘은 그런 빛을 보기 어렵다.
커튼을 닫고, 불을 켜고, 인공의 밝음 속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을 보면 잠시 멈추고 싶어진다.
빛이 들어오던 그 고요한 방으로.
요하네스 베르메르 / Johannes Vermeer (1632 – 16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