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사로
피사로의 그림에는 늘 사람이 있다.
밭을 가는 농부, 길을 걷는 사람, 시장, 마을, 그리고 하늘, 그의 세상은 언제나 느리게 움직인다.
그는 도시보다 들판을 좋아했다.
사람들이 흙 위에서 일하고, 햇빛을 맞으며 땀 흘리는 장면을, 그건 그에게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살아 있는 리듬이었다.
피사로는 늘 빛을 관찰했다.
아침의 부드러운 색, 낮의 짙은 그림자, 해 질 무렵의 주황빛 공기.
그는 그 안에서 세상의 숨결을 보았다.
그의 그림에는 큰 이야기가 없다.
하지만 오래 보고 있으면, 마음이 천천히 풀린다.
화려하지 않은 색들, 그 속에 있는 사람 냄새들 때문인가?
어쩌면 그는 ‘평화’를 그린 게 아니라 ‘살아 있음’을 그린 걸지도 모른다.
요즘은 이런 평화가 흔치 않다.
빨리 움직이고, 빨리 잊히는 세상 속에서 피사로의 그림은 한참을 머무르게 한다.
그의 붓질에는 다정함이 있다.
세상을 바꾸려는 손이 아니라, 그냥 바라보는 손, 그 손끝의 온도가, 참 좋다.
카미유 피사로 / Camille Pissarro (1830 – 1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