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프리드리히의 그림을 보면 먼 풍경보다 사람의 뒷모습이 먼저 보인다.
언덕 위에 선 작은 사람, 그가 바라보는 건 하늘인지, 안개인지 알 수 없다.
그의 그림에는 그저 고요한 자연과, 그 안에 서 있는 인간 한 사람 그리고 설명이 없다.
그는 자연을 경이로 그리지 않았다.
그 안에서 스스로를 바라보는 거울로 삼았다.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는 세상과 인간의 거리감에 대해 말한다.
높이 서 있지만, 고립되어 있다.
그 풍경은 자유로워 보이지만, 그 안엔 외로움이 섞여 있다.
프리드리히는 신앙심 깊은 사람이었다.
그의 풍경은 소리 없는 공간 속에서 자연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묻는 기도 같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멈춘 듯하다.
아무 일도 없는데, 마음 한가운데가 천천히 가라앉는다.
나도 가끔, 멀리 보려고 서 있지만 결국 나 자신을 보고 있다.
안개가 걷히지 않아도 괜찮다. 그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눈을 배우는 중이다.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 Caspar David Friedrich (1774 – 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