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편의 글에서 시작된 기록

by 이탤릭

작년 10월, 나는 브런치 인턴작가 신청 이벤트에 참여했다. 주변에서 브런치 작가분들이 글을 꾸준히 쓰는 걸 보면서 늘 부러웠다. 나도 글을 쓰고 싶었지만 선뜻 시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기간 안에 글 세 편만 올리면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안내를 보게 되었다. 심사가 없다는 게 나한테는 큰 용기였다. 망설이다가 신청했고, 그게 내 생활의 새로운 출발이 되었다.


처음 쓴 건 회사 일과 관련한 글이었다.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머릿속에 조금씩 쌓여 있던 것들을 한 번 정리해보고 싶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멋진 기획이라기보다는 그냥 내 생각을 꺼내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막상 쓰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문장을 고치고 이미지를 붙이고, 내용을 나누다 보면 쉽지 않았다. 그래도 글을 발행했을 때의 기분은 좋았다. 작년에는 그렇게 전자책과 디자인에 관한 글을 아홉 편 정도 올렸다. 작은 글 모음이었지만, 나에게는 글쓰기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주었다.


1년쯤 지나 ‘일기’라는 이름으로 다섯 편을 발행했다. 특별한 주제는 없었다. 그날의 기분, 사소한 순간, 그냥 지나가면 잊혀질 것 같은 생각들을 짧게 적어둔 정도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글이 오래 남았다. 다시 읽어보면 그때의 공기나 기분이 다시 떠올랐다.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오히려 그런 글이 더 나다운 것 같았다.


나는 끈기가 부족한 사람이다. 시작은 잘하지만 오래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글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브런치를 하면서는 조금 달라졌다. 끝까지 한 번 써본 경험이 쌓일수록, 잘 쓰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이 생겼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고 남겨두는 일이라는 걸 조금씩 배웠다.


앞으로의 목표는 단순하다. 꾸준히 쓰는 사람, 그리고 그 속에서 조금 더 단단해지는 사람. 언젠가 또 다른 글을 쓸 수도 있고, 기회가 된다면 책으로 묶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오늘 느낀 걸 글로 남기는 것, 그 자체로도 충분하다. 글을 쓰면서 하루를 돌아보고, 그 안에서 작은 배움을 얻는 것. 그것만으로도 글을 이어갈 이유가 된다.


브런치는 나에게 처음으로 ‘작가’라는 이름을 붙여준 곳이다. 아직 그 이름은 낯설다. 글을 올릴 때마다 내가 정말 작가라고 불려도 되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그 이름이 조금은 내 것이 되는 것 같다. 부족하고 흔들리더라도, 쓰는 동안은 나 자신을 더 똑바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큰 욕심은 내려놓고, 작은 기록을 이어가고 싶다. 잘 쓰려고 애쓰기보다는, 지금의 나를 솔직하게 담아내는 글이면 된다. 꾸준히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모르게 남겨진 흐름이 보일지도 모른다. 누군가 읽어주면 고맙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다. 결국 글은 내 삶을 붙잡아 두는 방법이니까.


돌아보면, 작년의 작은 선택이 내 삶을 바꿔놓았다. 글을 쓰기 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풍경이 눈에 들어왔고, 무심히 흘려보냈던 생각이 문장이 되었다. 하루가 조금 더 느리게, 그리고 조금 더 선명하게 다가왔다. 앞으로도 이 습관을 이어가고 싶다. 부족한 모습까지도 글 속에 담아두고, 그 안에서 조금씩 나아지는 나를 보고 싶다.


브런치는 여전히 나에게 배우는 곳이고, 동시에 작은 용기를 내는 곳이다. 큰 성과를 바라기보다는, 내 글이 하나씩 쌓여가는 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브런치10주년작가의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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