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영화

by 이탤릭

나는 작은 일도 머릿속에서 크게 만든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내겐 한 편의 드라마가 되기도 한다. 혼자 대본을 짜고, 표정을 정하고, 결말까지 상상해 버린다.


그런데 막상 현실은 다르다. 상대는 아무 의도도 없었고 일은 단순하게 지나갔다. 내가 부풀린 건 괜한 걱정이었다.


그래도 나는 자주 그 영화 속에 빠진다. 혼자 주인공처럼 긴장하고, 화내고, 지쳐버린다. 현실은 조용한데 나 혼자 감정을 다 쓰는 셈이다.


전에는 이런 걸 알아채지 못했다. 그래서 더 힘들었다. 지금은 조금 다르다. 상상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머릿속 영화인지 현실인지는 구분할 수 있다.


그 구분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덜 흔들린다. 괴로움은 늘 머릿속에서 커졌고, 현실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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