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코팅의 변수
책 표지를 제작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후가공은 코팅이다. 같은 디자인이라도 코팅 방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인상을 준다.
유광 코팅: 색이 선명하고 반짝거려 화려하지만, 지문이 쉽게 남고 반사가 심해 읽을 때 불편하다.
무광 코팅: 차분하고 고급스럽지만 흠집이 잘 보이고, 색이 살짝 눌려 보일 수 있다.
라미네이팅: 종이에 얇은 필름을 열과 압력으로 입히는 방식으로, 코팅보다 내구성이 훨씬 좋다. 장기 보존이나 자주 만지는 책에 적합하지만, 접히는 부분이 갈라지기도 하고 제작 단가도 더 높다.
바니쉬: 잉크처럼 발라 건조하는 방식으로, 전체를 덮기도 하고 특정 부분만 강조하기도 한다.
UV 코팅/스팟 UV: 자외선을 이용해 경화시키는 방법으로, 특정 부분만 반짝이게 처리할 수 있다. 다만 맞춤 정밀도가 떨어지면 위치가 어긋나 보인다.
소프트터치 코팅: 벨벳 같은 부드러운 촉감을 주는데, 프리미엄 브랜드 책자에서 많이 쓰인다. 하지만 제작비가 높고 스크래치에 약하다.
코팅은 단순히 표지를 예쁘게 보이게 하는 장식이 아니라, 책의 인상과 내구성을 동시에 결정하는 공정이다. 그래서 어떤 코팅을 선택할지는 책의 성격과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 회사는 기본적으로 무광 코팅을 많이 쓰는데, 차분하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필요할 때는 스팟 UV나 박을 더해 포인트를 준다.
S#2. 박과 형압의 함정
박은 작은 면적에서는 눈길을 끌지만, 면적이 넓으면 갈라지거나 들뜨기 쉽다. 형압은 입체감을 주지만, 종이가 얇으면 뒷면까지 눌림 자국이 남는다. 그래서 종이 두께와 면적을 고려하지 않으면 효과보다 문제가 커진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업체마다 기술 차이가 크다는 점도 중요하다. 어떤 업체는 얇은 선으로도 박을 얹을 수 있는데, 또 어떤 업체는 불가능하다며 선을 두껍게 바꿔 달라고 요청한다. 그런데 실제로 서점에 나가 보면, 얇은 선으로 박이 깔끔하게 들어간 책들이 얼마든지 있다. 즉, “원래 얇게는 안 됩니다”라는 말은 기술적 한계라기보다는 그 업체의 한계일 수 있다.
박가공은 장비 상태, 작업자의 숙련도, 관리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한 업체에서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으면, 그대로 포기하기보다 다른 업체를 찾아보는 게 현명하다. 실제로 얇게도 구현할 수 있는 곳은 분명히 있다.
S#3. 도무송의 정밀도
도무송은 특정 모양으로 잘라내는 작업이다. 특별한 모양으로 눈길을 끌 수 있지만, 칼선이 조금만 어긋나도 여백이 들쭉날쭉해진다. 인쇄소와 오차 허용 범위를 명확히 합의하지 않으면 결과물이 어설퍼 보일 수 있다.
S#4. 제본과 접지의 문제
제본 과정에서도 사고는 흔하다. 본드 제본은 본문이 쉽게 뜯겨 나갈 수 있고, 양장 제본은 습도에 따라 케이스가 뒤틀리기도 한다. 두꺼운 책인데 접지선을 제대로 주지 않으면 코팅이 갈라지는 경우도 있다. 책의 내구성은 제본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작은 공정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S#5. 재단의 변수
책 제작의 마지막 단계인 재단에서도 문제가 생긴다. 재단 칼날이 오래되어 무뎌지면, 책 끝이 매끄럽게 잘리지 않고 종이가 뜯기듯이 나온다. 예전에 중요한 책자를 제작할 때, 재단된 책을 집어 들었는데 종이 끝부분이 뜯겨 있었다. 다행히 감리를 보고 있던 상황이라 바로 발견할 수 있었고, 즉시 기계를 멈추고 영업팀 담당자를 불렀다. 현장에서 칼날을 교체한 뒤 다시 진행했다.
현장은 늘 빠르게 돌아가다 보니 이런 작은 문제를 놓치기 쉽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나중에 독자 손에 들어가면, 책 전체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치명적인 요소가 된다.
S#6. 정리
책의 후가공은 코팅, 박, 형압, 도무송 같은 화려한 공정만이 아니다. 제본, 접지, 재단처럼 단순해 보이는 단계에서도 사고가 난다. 코팅은 책의 분위기와 내구성을, 박과 형압은 종이 두께와 면적을, 도무송은 정밀도를, 제본은 내구성을, 재단은 완성도를 좌우한다.
후가공은 멋을 내는 과정이 아니라 리스크를 관리하는 과정이다. 작은 실수 하나가 수천 권의 책을 망칠 수 있기 때문에, 끝까지 꼼꼼히 보고 또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