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민 나와 있는 그대로의 나

by 이탤릭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보면 이런 장면이 있다. 지호가 결혼을 앞두고 세입자 신분에서 집주인 가족과 식탁에 마주 앉게 된다. 어색한 자리에서 그녀는 계속 미소를 지으려 애쓰지만, 표정과 대화 사이사이에서 불편함이 묻어났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 웃고 있었지만, 속마음은 전혀 그렇지 않은 듯했다. 그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나 역시 사람들 앞에서 꾸민 얼굴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내가 누구인지 헷갈린다.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는 나와 혼자 있을 때 드러나는 나 사이의 간격이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둘 중 어느 쪽이 진짜일까 싶다.


사람은 누구나 여러 얼굴을 갖고 산다. 회사에서의 나, 친구 앞에서의 나, 그리고 혼자 있을 때의 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그 차이를 내가 감당하지 못할 때다. 꾸민 모습에 익숙해지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잊게 된다.


전에도 이런 혼란이 있었다. 거울을 보면서도 “이게 정말 나일까” 하고 낯설게 느꼈던 순간들.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낯섦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는 그대로의 나는 그냥 있다. 조용히 내 안에 있다. 꾸민 얼굴도 필요하겠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잊지 않는 게 나를 지켜내는 방법 같다.

작가의 이전글작은 물건이 주는 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