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물건이 주는 환기

by 이탤릭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예전에 보다가, 지호가 낯선 집에 처음 들어와 작은 물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장면이 기억에 남았다. 특별히 대단한 건 없는데, 그 일상의 물건들이 공간의 공기를 바꿔주는 듯한 분위기가 있었다. 그 장면을 떠올리면, 내 책상 위 작은 컵이 겹쳐 보인다. 별것 아닌데도 마음이 정리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삶이 답답할 때 꼭 큰 변화가 필요한 건 아니다. 지금 내 생활 속에서도 작은 물건 하나, 새로운 풍경 하나만 있어도 마음이 환기되는 순간이 있다. 마치 창문을 열어 바람을 들이는 것처럼, 머릿속에 쌓인 먼지가 흩어지는 기분이다.


새 펜을 샀을 때, 향이 다른 비누를 꺼냈을 때, 별것 아닌데도 괜히 기분이 달라졌다. 그런 사소한 것들이 나를 하루 더 버티게 해주었다.


크게 바꾸지 않아도 된다. 작은 자극이 마음을 다시 숨 쉬게 한다. 오늘도 책상 위 작은 컵을 보며 조금은 가벼워진 기분으로 하루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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