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서 본 풍경

by 이탤릭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서 주인공이 밭일을 하다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장면이 있었다. 땀이 흐르고, 손에는 흙이 묻어 있었지만 그 순간은 이상하게 고요했다. 대단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멈춰 있는 장면인데도 화면이 꽉 찬 느낌이었다.


그 장면을 떠올리면 지금 생활과 겹쳐진다. 나는 늘 뭔가를 하고 있어야 하루가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일정을 채워 넣고, 할 일을 끝내야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날은 오히려 기억에 남지 않는다. 반대로 잠깐 멈춘 날,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거나 그냥 가만히 앉아 바람 소리를 들었던 순간이 더 선명하게 떠오른다.


요즘은 억지로라도 잠시 멈추려고 한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걸음을 멈추고, 숨을 크게 들이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달라진다. 멈췄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게 내가 하루를 버티게 해주는 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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