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는 감각

by 이탤릭

예전에 영화 <비포 선라이즈>를 봤다.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이 하룻밤 동안 빈 거리를 함께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 이야기였다. 서로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며 가까워졌지만, 다음 날 아침이 되면 결국 각자의 길로 돌아가야 했다. 영화의 마지막에 기차역에서 헤어지는 장면은 화려한 사건이 없었음에도 유난히 기억에 남았다. 함께일 때는 풍경이 따뜻했는데, 혼자가 되는 순간 모든 게 달라져 보였다.


그때 영화 장면을 떠올리면 지금 나의 모습도 겹쳐진다. 나는 혼자라는 감각이 편안할 때도 있지만, 가끔은 낯설고 무겁게 다가온다. 누군가 옆에 있을 때는 별일 아니던 소음이나 정적이, 혼자가 되면 크게 느껴지기도 한다. 방 안에 혼자 있을 때 시계 초침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고, 창밖 불빛조차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예전에는 이런 시간을 견디지 못해 억지로 무언가로 채웠다. 휴대폰을 붙잡거나, 음악을 틀거나, 괜히 약속을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은 금세 공허해졌다.


지금은 다르다. 혼자라는 감각을 불편함으로만 보지 않는다. 그 고요 속에서 혼자 명상을 하다보면 내가 어떤 상태인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가 결핍이 아니라, 나를 마주하게 하는 자리라는 걸 조금씩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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