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의 무게

by 이탤릭

전에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봤을 때가 생각난다. 제주 바다를 배경으로 매일같이 이어지는 장사와 노동, 그리고 가족 간의 갈등이 반복되는 이야기가 많았다. 큰 사건이 터지지 않아도, 인물들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묻어 있었다. 같은 바다와 같은 거리를 오가지만, 마음은 점점 무거워지는 장면들이 많았다. 익숙한 풍경이 사람을 위로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짓누르기도 한다는 걸 보여주는 듯했다.


그 장면들을 떠올리면서 지금 내 생활도 비슷하다. 나는 매일 같은 출근길을 걷고, 같은 자리에 앉아 일을 한다. 처음엔 안정감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익숙함이 무게처럼 다가올 때가 있다. 변화가 없는 하루가 편안하면서도 답답하다. 마치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예전에는 이 지루함이 싫어 일부러 새로운 걸 찾아 헤맸다. 하지만 잠깐의 자극은 금세 사라지고, 다시 같은 일상이 반복됐다. 결국 중요한 건 익숙함 자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였다.


요즘은 익숙함 속에서 작은 차이를 찾으려 한다. 같은 길이라도 다른 하늘빛을 보고, 같은 자리에서도 다른 마음으로 앉아본다. 완전히 새로울 수는 없지만, 익숙함을 무겁게만 보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조금씩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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