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건축학개론>을 봤을 때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대학 시절, 서로 마음이 있으면서도 끝내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주인공들의 모습이었다. 말할 수 있었지만 차마 하지 못한 말, 다가가고 싶었지만 멈춰버린 발걸음이 결국 큰 간격을 만들었다.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났을 때, 그때 하지 못한 말들이 오히려 더 크게 다가오는 장면들이 있었다. 그 공기 속에는 아쉬움과 미련이 동시에 묻어 있었다.
그 장면을 생각하면 지금 내 모습도 같아진다. 나도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삼킨 적이 많다. 상대를 의식해서, 혹은 괜히 어색해질까 봐 머뭇거리다가 결국 말하지 못했다. 그 순간은 별일 아닌 것 같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더 크게 남았다. 다가가지 못한 순간이 오래 마음에 남아 나를 붙잡는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예전에는 이걸 후회만 했다. “그때 말했더라면 어땠을까” 하고 수없이 떠올렸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받아들이려 한다. 다가가지 못했던 순간이 있었기에, 지금은 더 용기를 내보려는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요즘은 표현하려고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어색해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다가가지 못한 순간이 내 안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