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터널 선샤인>을 봤을 때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 서로의 기억을 지우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화면 속에서는 아름다웠던 순간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애써 붙잡으려 하지만, 결국 기억은 물결처럼 밀려갔다. 남기고 싶은 장면일수록 더 빨리 사라지는 아이러니였다. 그 과정이 아프면서도 묘했다.
나는 종종 이미 끝난 일들을 붙잡고 있느라 더 힘들 때가 많았다. 잘못했던 말, 아쉬웠던 선택, 돌이킬 수 없는 장면들을 계속 되새기면서 놓지 못했다. 붙잡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는데, 스스로 무게만 키우고 있었다.
예전에는 놓는 게 곧 잃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끝까지 붙잡으려 했고, 그럴수록 더 지쳐갔다. 하지만 놓는 게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 빈자리에 새로운 게 들어올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요즘은 억지로라도 손을 펴보려 한다. 기억과 감정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하더라도, 붙잡지 않고 두면 언젠가 흩어진다. 비워야만 채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