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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물점 Dec 10. 2019

군대는 어떻게 유지될까?

군에 있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보내는 인생 편지 6/100

너의 일병 진급을 축하한다.


벌써 12월이다.

군 복무 기간이 짧아진 요즘에는 입대 후 3개월이 지나면 일병 계급장을 단다지? 덕분에 너도 오늘부터 '일병'이 되었다. 흔히 병사들의 계급장 모양이 막대기와 닮았다 하여 군대 계급을 '작대기 하나', '작대기 둘'처럼 부르기도 하지? 소위 작대기가 늘어갈 때마다 전역일은 가까워지니, 작대기 하나인 이등병이 볼 때 작대기 셋 이상인 상병이나 병장이 얼마나 부러울까.

그런데 작대기 하나를 보탤 때마다 느껴지는 기쁨의 크기는 같지 않단다. 아빠의 경험으로는 이등병에서 일병으로 진급할 때가 가장 기쁘고 행복했다. 일병에서 상병으로 작대기를 하나 더 달 때는 그저 '세월이 지났구나.' 하고 무덤덤했고, 또 하나를 달아서 병장이 될 때는 느릿느릿 가는 시계만 원망스럽게 쳐다보느라 진급하는 게 그다지 기쁘지도 않더구나.

사회에서도 '막내', '새내기'라는 말을 듣는 때가 있다. 막 입사를 한 신입사원, 막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 각각의 조직에 아직 미숙하고 실수가 많더라도 넉넉하게 이해되는 그 시절은 하나의 특권으로 인식되기도 한단다. 너도 대학생활을 해봤으니 신입생의 특권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겠지?

병사로 군 복무를 마치려면 작대기 4개를 모아야 하는데, 그 개수만을 놓고 보자면 대학 4년 생활과 비유해도 적절하겠구나. 1학년 새내기로서의 특권도 즐거운 일이지만, 2학년이 되어 1학년 새내기 후배들을 맞는 짜릿함 또한 그에 못지않지. 그래서 대학생활의 꽃은 1~2학년 때라고 하는 것 같다. 3학년 때부터는 익숙한 대학생활 탓에 특별한 감동과 기쁨을 느끼지 쉽지 않고 4학년 때는 취업이라는 부담 때문에 가볍지 않은 학교생활을 하게 되지. 마치 전역을 앞둔 병장과 같은 느낌이라면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다. 하여간, 너의 계급장에 또 하나의 세월과 경험을 쌓은 것을 멀리서나마 축하한다.


원자핵을 유지하는 힘은 '강력',  군대를 유지하는 힘은?


'군대와 양자역학?' 얼핏 제목만 보면 '양자역학 이론을 배경으로 탄생한 핵무기를 만들어서 강한 군대를 만들자는 건가?' 하는 오해를 부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오늘 너와 함께 나누고 싶은 생각은 '강력이라고 불리는 '강한 핵력'의 관점에서 군대라는 사회 조직을 바라보면 어떨까?' 하는 거란다.  


먼저 '강력(강한 핵력)'이란 무엇인지 간단하게 살펴보자.

사람도 힘(에너지)이 있어야 생명을 유지하거나 운동을 할 수 있듯이, 자연계에도 온 우주를 움직이게 하는 기본 힘이 있단다. 우리 인간이 알려고 무척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고, 어쩌면 영원히 그 실체를 알아낼 수 없을지도 모를 네 가지 기본적인 힘. 그들은 바로 강력(강한 핵력), 약력(약한 핵력), 전자기력, 중력이란다. 이들 중 전자기력은 '전자석'을 떠올리면 무난하게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맥스웰에 의해서 어느 정도 실체가 설명이 된 힘이지. 다음으로 중력은 아인슈타인에 의해서 또 그 실체가 설명되고 있고 증거도 더 많이 찾아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우리 자신이 매일 느끼며 사는 힘이기 때문에 신비함이 덜하지. 그런데 강력이나 약력은 아직 그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단다. 그 까닭은 이들 힘이 영향력을 주고받는 세계는 원자 수준의 미시 세계이기 때문이야. 그렇개 때문에 지금까지의 과학기술로는 그 힘의 원리를 밝혀내기 어려웠단다.

위 그림을 잘 보거라. 원자를 구성하는 핵을 그래픽으로 표현한 거란다. 원자는 전자와 원자핵으로 구성되는데, 원자핵은 중성자와 양성자로 이루어져 있어. 그런데 양성자는 전기적으로 +의 성질을 띠고 있고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는 -의 성질을 띠고 있지. 그런데 참 이상한 현상이지? 너도 알고 있는 것처럼 같은 +의 성질을 띠고 있는 양성자들은 서로를 밀어내는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원자핵 속의 양성자들은 굉장히 강한 힘으로 서로가 단단하게 뭉쳐져 있단다. 어지간한 힘으로는 붕괴 되지 않고 똘똘 뭉쳐 있지. 이때 서로가 밀어내려는 성질을 지닌 양성자들을 강하게 묶어 두는 힘. 이 힘을 강력이라고 한단다. 원자가 이 세상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라고 한다면 강력은 그 기본 단위를 가능하게 하는 자연계의 원초적인 힘이 되는 거야.


이쯤 되면 아빠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대략 짐작이 되겠니? 동양 철학에서 세상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상으로 음양설이 있단다. 세상의 이치를 음과 양의 조화로움으로 설명하는 이론이지. 이를테면 남자은 '양', 여자는 '음', 하늘은 '양', 땅은 '음'으로 설명하는데, 이들이 조화를 이룰 때 세상은 안정한 상태가 되고 조화롭게 발전하게 된다고 해.


그럼 이제부터 군대 조직을 살펴보자. 요즘에는 좀 달라졌지만 군대는 보통 남자들만으로 구성된 경우가 많지? 음양 사상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남자들끼리 자발적으로, 게다가 대규모로 함께 생활하는 게 자연스러운 모습은 아닐 거야. 그러니 각자가 속한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고, 보고 싶은 사람이나 가족을 만나기를 바라는 힘이나 욕망이 무척 강한 것이 자연스러울 거야. 즉, 남자들끼리 서로 끌어당기는 힘보다는 서로 밀어내려는 힘이 더 강하게 작용해야 더 자연스럽다는 것이지. 그런데 이상하지? 원자핵 속에 뭉쳐져 있는 양성자들처럼 너희들도 뭔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단단히 조직적으로 뭉쳐져 있어. 개개인들은 쉽사리 조직을 이탈하거나 뿔뿔이 흩어지지 않아. 그다지 붙어 있고 싶지 않은 동성의 선후임병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게다가 그 조직 밖에 있는 사람들은 뭉쳐져 있는 너희들을 두려워해. 왜냐하면 똘똘 뭉쳐서 엄청난 힘을 발휘하니까. 마치 원자핵 속의 양성자들처럼. 왜 그럴까?


답은 의외로 단순하지? 법에 의해 부과된 병역 의무라고 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사회 규율이 너희들의 몸과 마음을 휘감고 있기 때문이지. 만약 지구 밖에서 외부의 관찰자들이 너희들을 멀리서 지켜본다면 참 특이하다고 생각할 거야. '왜 이들은 여기에 따로 모여 있지? 왜 같은 모양의 옷을 입고, 같은 머리 모양을 하고, 매일매일 반복적인 일들을 하며 모여서 살고 있을까?'

아무리 뛰어난 망원경이 있다 하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 힘을 그들이 알아내기는 어려울 거야. 그러니 그들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지 몰라. 


'얼룩무늬 옷을 입고 머리가 짧은 인간 종들은 어울려 살기를 즐긴다.'



 느끼 수는 있지만 보이지는 않는 힘. 눈으로도 현미경으로도 직관적으로 관찰되지 않는 힘. 법의 힘, 제도의 힘, 돈의 힘, 마음의 힘. 물리 현상이 아닌 이런 힘들이야말로 어쩌면 온 세상과 우주를 떠받치고 있는 본질적인 기본 힘이 아닐까? (by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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