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녀 링링의 한국 학교 적응기 10
내가 한국에 온 지도 벌써 4개월이 되었어. 그동안 나에게는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가장 중요한 변화를 꼽자면 첫째, 중국에서 보다 잠을 많이 자게 되었다는 거야. 그 이유는 내가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알겠지? 한국 학교에서는 중국 학교보다 숙제를 적개 내줘. 어떤 날은 숙제가 없기도 하지. 그래도 나는 꽤 많은 숙제를 하고 있어. 왜냐하면 '엄마 숙제'가 있기 때문이지. 엄마 숙제는 집에서 엄마가 따로 내주시는 숙제를 말해. 중국에 있을 때에도 엄마 숙제를 따로 했었는데, 한국에 와서 숙제가 적으니까 이젠 엄마가 나서서 더 많은 숙제를 내주시고 계셔. ㅠㅠ
너희들 엄마도 숙제를 많이 내주시니? 참 궁금해. 아직은 자신 있게 물어볼 한국 친구들이 없는 것 같아. 편하게 물어보기 어려운 질문 같기도 해서. 나중에 좀 더 친해지면 물어 보고 싶어.
하여간 숙제가 줄어서 잠을 많이 자게 된 것은 정말 행복한 변화야.
둘째, 한국어 실력이 많이 늘었어. 이제 학교생활에 필요한 말은 자유롭게 하는 편이야. 아직은 정확한 발음이 아니고 억양도 친구들과 다르지만 내가 얘기하는 것도 친구들이 잘 알아듣고, 친구들이 얘기하는 것도 나는 거의 알아듣게 되었어. 드디어 나도 2가지 언어 능력을 갖추게 되었지. 이런 나를 보고 선생님은 무척 부러워 하셔. 선생님도 가끔 중국어 공부를 하시는 것 같은데 실력이 나처럼 빠르게 늘지는 않으시는 눈치였어. 나에게 가끔 중국어를 물어보시는데, 내 생각인지 모르지만 실력이 그다지 늘지 않은 것 같았어. 그건 어디까지나 내 감이니까 상상에 맡길 게.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변화이고, 다른 작은 변화들도 많지만 그건 나중에 얘기해 줄게. 오늘은 중국 엄마들이 가장 많이 내주시는 '엄마 숙제' 과목인 수학을 중국 친구들은 어떻게 공부하는지 알려 줄게.
내가 다녔던 랴오양시 소학교의 경우 하루 2시간씩은 꼭 수학 공부를 했단다. 한국에서는 일주일에 4시간 수학 공부를 하고 있지? 그에 비하면 중국에서는 훨씬 많은 시간을 수학에 투자하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중국어와 수학은 중국 초등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 1, 2등을 서로 다툰다고 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야. 그런데 어떤 날은 수학을 3시간 공부하는 날도 있어. 어떤 날이냐고? 내가 이렇게 말하면 믿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시간표에는 체육 시간이 1주일에 3시간 계획되어 있는데, 보통 1시간만 하는 경우가 많아. 그리고 나머지 2 시간의 체육 시간은 수학 시간으로 이용되거나 중국어 시간으로 사용돼. 지금 생각하면 참 억울하기도 한데, 그때는 아무도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 중요한 과목이니까 당연히 그렇게 하는 거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한국에 온 다음부터 내 생각이 바뀌었어. 우리 반 친구들 분위기를 보니까 체육 시간에 다른 과목 공부를 한다는 건 불가능하겠더라고. 물론 선생님도 체육 시간을 다른 시간으로 보내려고 하시지 않으셨고. 날씨만 허락된다면 꼬박꼬박 즐거운 체육 수업을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을 하시는 것 같았어. 중국 학교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지. 그렇다고 2시간의 수업으로 수학 공부가 끝날까? 절대 아니지. 약간의 돈을 내는 아이들은 수업이 끝난 다음에도 교실에 남아서 공부를 할 수 있어. 우리 반은 44명 중 40명이 남아서 공부를 했으니까 거의 대부분 남아서 공부를 했다고 보면 돼. 그런데, 그 시간에 가장 많이 하는 공부가 수학 문제 풀기야. 매일 한 장씩 선생님이 주시는 시험지를 풀면 선생님이 채점을 해주셔. 틀린 문제는 물론 다시 풀어야 하고, 부모님께도 보여드리고 확인을 받아야 해. 물론 잔소리는 자동으로 따로 오는 거고.
중국 수학 교과서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지? 자, 보여 줄게.
중국 초등학교(소학교) 4학년 수학 교과서야. 종이 질은 한국의 교과서보다 좋지 않은 게 사실이야. 그런데, 수학 문제의 어려운 정도는 한국의 4학년 학생들보다 높아. 더 어려운 내용을 공부한다는 뜻이야. 내가 한국에 와서 수학 공부를 하고 있잖니? 한국의 교과서 내용들은 이미 중국에서 배운 내용이라 무척 쉽게 느껴졌단다.
수업 시간에는 그 시간에 배울 주제를 배우고, 교과서 문제를 풀어. 교과서 문제를 푼 다음에는 수학 워크북이 있는데, 한국으로 말하자면 '수학 익힘책'에 해당되는 책을 또 풀어야 해. 뭐 여기까지는 한국과 비슷하지? 그런데 그 워크북이 한 권이 아니란다. 앞에서 말한 '엄마 숙제'를 위한 워크북은 각자 사야 하는 개인별 문제집이야. 학교에서는 어떤 책을 사라고 부모님들께 학기 초에 알려 줘. 그럼 대부분의 부모님은 그 책을 사서 아들딸들에게 숙제를 내고 풀게 하는 거야. 물론 엄마 숙제는 집에서 하는 거야. 학교에서 워크북을 다 풀면 선생님께서 시험지를 나누어 주셔. 어떤 날에는 A4 크기의 작은 시험지를 나누어 주시기도 하지만 금요일같이 휴일을 앞둔 날에는 B4 크기에 앞뒤 면 이 수학 문제로 꽉 찬 시험지를 나누어 주시고 풀게 한단다. 이쯤 공부하면 중국 학생들은 모두 수학 천재들이 되어 있을까? 그건 너희들의 상상에 맡기도록 할게!
중국 수학 워크북(문제집)
우리 학교 학생들이 구입한 엄마 숙제용 워크북이야. 그냥 수학 문제집이라고 생각하면 돼. 매일매일 이런 문제집을 여러 쪽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우리가 얼마나 수학 공부를 많이 했을지 짐작할 수 있을 거야.
참,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알려 줄게!
한국에서는 정답이 맞으면 선생님이 동그라미 표시를 해 주셨는데, 중국에서는 맞은 문제 표시 방법이 달라.
내가 1학년 때 공부하던 교과서인데, 한국과 어떻게 다른지 누가 맞춰볼래?
중국 선생님의 채점 방법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겠니?
한국 학생들이 위에 있는 교과서 그림을 본다면 아마 0점 맞은 시험지로 착각할지 몰라. 중국에서는 맞은 문제에 대하여 V 표시를 한단다. O 표시는 하지 않아. 그래서 한국 사람이 보면 오해하기 쉽지. 나라마다 이런 차이도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해.
중국 학생들은 한국 학생들보다 더 많은 문제집을 풀고, 더 많은 시험을 본단다. 그렇다면 모든 중국 학생의 수학 실력이 뛰어날까? 그렇지는 않아. 내 중국 친구들도 한국 학생들처럼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이 많이 있어. 그 친구들에게는 수학이 마치 지옥처럼 느껴질 거야. 매일매일 야단 맞는 친구도 많았고, 부모님과 갈들을 겪는 친구들도 많았어. '지나침은 모자람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다고 해. 그런 면에서 한국에서 공부하는 양이 중국보다 더 적당하다고 생각해. 나는 요즘 적당한 양을 즐겁고 행복하게 공부하는 것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