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녀 링링의 한국 학교 적응기 9
오늘은 가을비가 내렸어. 우산을 피해 옷 속으로 파고드는 서늘한 바람과 차가운 빗방울들이 겨울이 오고 있음을 느끼게 했어. 우리 학교에는 느티나무와 은행나무가 어울려 있는데, 가을비와 함께 노랗게 떨어지는 은행나무 이파리가 오늘따라 무척이나 예뻤단다. 차가운 가을비의 서늘함을 멀리 날려버릴 정도로 아름답게 등굣길을 수놓은 노란 은행나무 잎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아. 너희들도 가을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보렴.
오늘부터는 한국 학교와 중국 학교의 교실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해. 너무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어서 어떤 얘기를 먼저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지만, 과목별로 비교하며 얘기를 들려주면 너희들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 오늘은 첫 시간이니 <국어> 수업에 대한 내 경험을 비교하여 들려줄게. 당연한 것이지만 한국에서 <국어> 과목은 '한국어', 중국에서 <국어> 과목은 '중국어'야.
먼저, 두 나라의 교과서 얘기를 해볼게. 나는 한국 교과서를 처음 받았을 때 무척 놀랐단다. 왜냐하면 한국 교과서들은 종이 질도 무척 좋고, 만화나 사진 자료도 많이 실려있었기 때문이야. 내가 공부했던 중국 학교의 교과서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질이 좋았지. 정말 깜짝 놀랐어. 더욱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수업 시간 때였어. 한국 교과서에는 스티커 붙이기 활동 같은 재미있는 활동들이 많아서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스티커를 따로 준비하지 않고 교과서 뒤에 붙어 있는 붙임 자료를 활용한다는 점이 무척 놀라웠어. 처음에는 신기하기까지 했단다. 중국 교과서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활동이고, 볼 수 없는 교과서 품질이었지. 왼쪽 그림은 한국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 표지야. 그리고 아래 그림들은 스티커 붙이기 활동에 사용되는 붙임 자료들이야. 한국 친구들은 한국 교과서에 대하여 잘 알고 있을 거야.
한국 초등학교에서는 1주일에 6시간 정도 한국어 수업을 하고 있어. 그러니까 평균적으로 매일 1시간은 <한국어> 수업을 하고 있는 셈이지. <국어> 수업은 읽고 쓰는 활동뿐만 아니라 컴퓨터나 인터넷 또는 유튜브에 있는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기 때문에 다들 흥미 있게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이었어.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활동은 기본이고, 자신의 생각 말하기, 생각 쓰기, 친구들과 이야기 하기, 연극으로 꾸며 발표하기, 붙임 딱지 붙이기 등 다양한 활동으로 이루어진 수업은 무척 재미있게 느껴졌어. 물론 한국말을 잘 모르는 나에게는 여전히 낯설고 힘든 수업이지만.
지금부터는 중국의 교과서와 중국에서의 <국어> 수업에 대하여 이야기할게.
중국 교과서 종이질이 썩 좋은 편은 아니야. 사진에서 보이듯이 주로 왼쪽에 공부할 글이 실려 있고, 오른쪽에는 어려운 글자를 연습할 수 있도록 네모 모양의 칸과 공부할 내용을 제시한 부분이 있어. 글씨를 연습할 수 있도록 그려진 이런 칸들은 주로 1학년에서 3학년 정도까지의 저학년 교과서에 많이 실려 있어. 인물 캐릭터나 관련된 그림도 실려 있는데, 한국의 교과서 그림과는 비교하기 어렵단다.
중국어 교과서가 어떻게 생겼고,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겠지? 그런데, 조금 신기한 게 보이지 않니? 이쯤 되면 이런 궁금증이 생긴 친구들이 있을 것 같아.
"중국 교과서에 왜 영어가 쓰여 있는 거야?"
자세히 살펴보면 한자 위에 작은 글씨의 영어로 뭔가 쓰여 있는 게 보이지? 이게 뭐냐 하면 '병음'이라는 거야. 병음이 뭐냐 하면, 중국 글자인 한자를 어떻게 소리 내어 읽어야 하는지 한자음을 로마자로 표기한 발음 부호라고 생각하면 돼. 글자를 그냥 소리 내어 읽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을 거야. 그 까닭은 중국 한자의 특성 때문이란다. 중국의 글자인 한자는 소리를 표현한 글자가 아니야. 무슨 말이냐면 글자만 보고 어떤 소리로 읽어야 하는지 소리를 짐작할 수 없는 글자라는 뜻이야. 우리 한글은 뜻은 모르더라도 글자를 읽을 수 있잖니? 그런데 중국의 한자는 모양만 보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그래서 모든 글자에 소리 내는 방법을 표시하는데, 우리가 아는 로마자로 그 소리를 나타내고 있는 거야.
예를 들어, [友] 자는 '친구'라는 뜻으로 우리는 '우'라고 읽어. '우정'이라는 낱말을 생각하면 돼. 그리고 그 글자 위를 보면 [you]라고 표시되어 있지? 중국에서는 '유'라고 읽어. 로마자 위의 작은 점은 '성조'를 나타내는데 성조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들려줄게. 이런 까닭에 병음 표기를 처음 본 사람들은 깜짝 놀라기도 한단다.
국어 시간에 맨 처음 하는 활동은 보통 교과를 읽는 거야. 책을 읽은 다음에는 그 뜻을 알아보는데, 글의 내용을 알기 위해서 새로운 한자를 하나씩 뜻과 함께 익힌단다. 한자의 뜻을 알아야 글의 내용을 알 수 있겠지? 한국 학생들이 국어책을 읽고 모르는 낱말을 사전에서 찾아 익히는 것과 비슷한 활동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워. 낱자의 뜻을 이해했다면 글자를 써보는 활동을 해. 이때 글자 쓰기를 위한 빈칸이 필요하지. 한자는 각 글자마다 고유한 뜻을 지니고 있어서 웬만한 글을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자를 아주 많이 외워야 한단다. 대략 1만 자 정도의 글자가 오늘날 사용되고 있다고 해.
글자를 익힌 후에는 큰 소리로 여러 번 반복해서 낭독을 하는데, 낭독이라는 말은 큰 소리로 읽는다는 뜻이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가장 중요한 활동은 여러 번 낭독한 본문을 외우는 거야. 한국 학교에서는 국어 시간에 본문을 외우는 활동을 하지 않지만 중국 소학교에서는 본문 외우기 활동이 무척 많아. 글을 달달 외운다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아. 그래서 학교 수업 시간에 전부 외울 수 없으니 매일매일 배운 내용을 쓰고 외우는 숙제가 주어진단다. 그러니 국어 과목만 해도 숙제가 매일매일 산더미처럼 쌓인다고 생각해도 될 거야.
중국에서는 매일 2시간 정도 국어(중국어) 수업을 해. 한국보다 많이 하는 편인데, 중국어 과목이 중국에서는 무척 중요해. 대학에 가기 위한 입시를 위해서도 중요하기 때문에 소학교부터 외우고 쓰는 활동을 무척 많이 하고 있어.
오늘은 중국 소학교의 국어 시간에 대하여 알아보았어. 어때? 너희들이 생각했던 국어 시간과 비슷하니?
어느 나라나 자기 나라의 언어를 중요하게 여기고 익히는 것 같아. 한국에서도 국어 수업 시간이 가장 많은 걸 보면 알 수 있어. 중국도 마찬가지고. 우리 서로 자기 나라의 글자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자!
다음에는 수학 시간 공부 모습에 대하여 이야기해 줄게.
교과서를 잘 보면 이른 글씨가 보이지? 이게 무슨 뜻인지 궁금하지?
학생들에게 활동을 지시하는 글자들인데, 처음 4 글자는 소리 내어 읽으라는 뜻이고 뒤에 4 글자는 외우라는 뜻이야. 교과서에서 제시한 이런 활동을 학생들은 충실히 따라야 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