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숙제를 알아?

중국 소녀 링링의 한국 학교 적응기 8

by 철물점

중국 학교 VS 한국 학교, 숙제는 어디가 더 많을까?


지난 이야기에서 중국 학생들은 매일매일 많은 숙제를 해야 한다고 했지? 그랬더니 몇몇 한국 친구들은 도대체 중국 학생들은 어떤 숙제를 하는지, 얼마나 많은 숙제를 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오늘은 중국 학생들의 숙제에 대하여 이야기하려고 해.

그런데 얘들아, 이 세상에서 숙제를 하나도 내주지 않는 학교가 있을까? 아마 그런 학교가 있다면 너희들도 모두 그 학교에 다지고 싶을 거야. 물론 나도 다니고 싶겠지만, 내 생각에 그런 학교는 없을 것 같아. 만약 그런 학교가 있다면 우리 부모님은 당장 이렇게 말씀하셨을 거야.

"세상에! 숙제를 내주지 않는 학교가 있다고? 그럼 학교에서는 도대체 뭘 가르친다니? 정말 어이없구나!"

너희들 부모님은 어떻게 말씀하실까? 너희들도 참 궁금하지?


일기 쓰기와 수학 문제 풀이는 기본, 작문은 필수!!

내가 한국 학교에 처음 왔을 때 가장 힘든 게 무엇이었는지 아니? 매일매일 '알림장'을 쓰는 거였어. 한글도 모르는데, 매일 수업이 끝나기 전에 선생님이 컴퓨터로 써주시는 알림장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는 것도 어려웠고, 그 내용을 이해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지. 처음에는 나보다 먼저 중국에서 온 친구에게 물어보기도 했는데, 매일매일 누군가에게 뭔가를 물어보는 일이 점점 어렵고 그 친구에게도 자꾸 미안해지더라. 다행히 한국어 학급 선생님이 매일매일 모르는 내용을 알려 주셔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단다. '한국어 학급'이 뭐냐고? 아! 너희들 학교에는 한국어 학급이 없겠구나. 우리 학교는 나와 같은 다문화 학생이 많아. 그래서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다문화 학생에게 '한국어'를 기초부터 가르쳐주는 특별 학급이 있는데, 이 학급을 '한국어 학급'이라고 해. 나는 하루 2시간 정도 수업 시간에 한국어 학급에서 한글과 한국문화를 공부하고 있는데, 선생님들은 내가 한국 학교에 잘 적응하도록 무척 친절하게 많은 도움을 주셔. 'ㄱ'자부터 한글도 배우고 있고, 한국의 전통문화나 전래 놀이도 배우고 있단다. 정말 힘들었던 알림장 쓰기도 한국어 학급에서 배울 수 있었지.

한국 학교 선생님은 알림장으로 숙제를 알려주셨는데, 숙제가 너무 적어서 처음에는 깜짝 놀랐어. 우리 학급은 1주일에 일기 2편을 써야 하고 수학 익힘책을 조금 풀어오는 정도로 숙제를 내주시는데, 중국 학교에서 내가 했던 숙제에 비하면 정말 적은 양이었어.

그럼 내가 중국 학교에서 매일매일 해야 했던 숙제가 뭔지 무척 궁금하지?


<중국 학교 숙제>

1. 매일 일기 쓰기

2. 수학 문제 풀기

3. 600자 작문(글짓기)

4. 사회, 과학, 영어 등 과목별 숙제

5. 쪽지 시험에서 틀린 문제 다시 풀기


내가 해왔던 숙제를 정리하면 이 정도야. 어때?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어떤 숙제인지 알려 줄게.

첫째, 일기 쓰기는 한국 학교에도 있는 숙제인데, 중국에서는 매일매일 정해진 분량 이상으로 일기를 써야 해. 한국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대충 3줄 정도 써오는 아이들도 있는 것 같았어. 선생님도 자세히 검사하시는 것 같지 않았고. 그런데 중국 학교에서는 매일매일 정해진 분량에 맞게 일기를 써야 해. 물론 선생님께서도 검사를 철저하게 하셔. 일기를 써오지 않은 학생은 쉬는 시간에 꼭 써야 해. 그래야 쉴 수 있어.

둘째, 수학 문제 풀이 숙제가 매일 있어. 한국에는 '수학익힘책'이라는 문제 풀이 책이 있잖니? 중국에는 '수학익힘책'이 없어. 대신 매일매일 시험지에 인쇄된 문제를 숙제로 내주시는데 꼭 풀어 와야 해. 부모님들도 어떤 숙제를 해야 하는지 잘 아셔서 숙제 검사를 철저하게 하시는 편이야. 한국 학부모님들처럼 관심이 많으시지.

셋째, 작문은 한국식으로 말하면 논술이야. 중국은 7월에 한국의 수능시험과 비슷한 대학 입학시험을 치르는데 작문이 필수 과목이야. 대학 입학시험에서는 1000자 정도 작문을 해야 해. 무척 중요한 과목이지. 그래서 초등학생들에게도 매일 작문 숙제가 주어지는 거야. 초등학교 저학년은 200-300자, 4학년 이상 고학년은 매일 600자 정도 작문 숙제를 해야 해. 작문의 주제는 선생님께서 내주셔.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주제에 맞게 글자 수에 맞게 글을 지어서 매일 제출해야 해. 누군가 숙제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냐고? 반드시 하게 하시기 때문에 집에서 못한 사람은 학교에서라도 반드시 숙제를 해야만 한단다.

넷째, 과목별 숙제가 있어. 중국의 초등학교에서는 과목별로 선생님이 따로 계시는 거 알지? 모든 과목 선생님이 거의 매일 숙제를 내주셔. 그러니 그 숙제의 양은 어마어마하단다. 특히, 영어는 숙제가 많아.

다섯째, 중국 학교에서는 과목별로 자주 쪽지 시험을 치는데, 틀린 문제는 반드시 다시 풀어야 해. 숙제가 틀린 문제 수만큼 늘어나는 거야. 특히 금요일에는 꽤 많은 문제가 출제되는 시험을 치르는데, 공부를 잘 못하는 학생은 숙제의 양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나서 주말에도 쉴 수 없을 정도야.

내 말이 거짓이라고? 과연 그럴까?


"한국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교육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학생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을 학교와 학원에서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세계적인 학자인 엘빈 토플러 교수님이 돌아가시기 전 한국의 교육에 대하여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해. 만약 교수님이 지금도 살아계셨다면 중국의 교육에 대하여 어떤 말씀을 하실까? 아마도 한국의 교육과 비슷한 말씀을 하셨겠지? 10시간이 아닌 12시간으로 시간이 바뀌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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