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녀 링링의 한국 학교 적응기 7
얘들아, 지난번 중국 학교 이야기를 듣고 많이 놀랐니? 지금 다니는 한국 학교의 친구들 몇몇은 내 얘기를 듣고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대. 그런데 중국에서 온 또 다른 친구가 나와 비슷한 학교생활을 했다고 말하니까 그제야 내 말을 믿는 것 같았어.
나는 한국 학교에 와서 놀란 점이 무척 많았는데, 그중 하나는 쉬는 시간이었어. 쉬는 시간이 뭐가 놀랍냐고?
한국 학교에서는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면 수업이 마무리되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쉴 수 있잖아. 나는 그게 놀라웠어. 조금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랴오양 소학교에서는 쉬는 시간조차 자유롭지 않았거든.
처음 이틀 동안은 쉬는 시간마다 이렇게 여쭤볼 정도였어.
"선생님, 쉬는 시간에 정말 놀아도 돼요?"
중국 소학교에서는 국어(중국어), 수학, 과학, 사회, 영어, 음악, 미술, 체육, 작문 같은 과목을 공부한다고 내가 얘기했지? 이들 과목 중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은 중국어야. 보통 하루에 한 시간 이상, 어떤 날은 두 시간 넘게 중국어 수업을 해. 그다음은 수학 과목으로 하루에 한 시간은 수학을 공부한단다. 영어도 중요한데, 중국 아이들은 모두 영어를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 물론 부모님들도 영어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셔. 그래서 학원에 적게 다니는 아이들조차도 영어 학원은 꼭 다니는 편이야. 이런 점은 한국하고 비슷하지?
참!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구나. 중국 소학교에서는 모든 과목에 담당 선생님이 따로 계셔. 한국의 중학교처럼 과목별 담당 선생님이 교실에 오셔서 수업을 하시지. 한국에서는 중학교부터 그렇게 배운다고 들었는데 맞니? 그건 그렇고, 내가 중요한 과목이 무엇인지 이야기한 까닭은 쉬는 시간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야.
내가 다녔던 랴오양 소학교에서는 쉬는 시간이 잘 지켜지지 않았어. 왜냐고? 보통 수업 시간은 40분인데, 40분 만에 수업이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어. 특히 중국어, 수학, 영어처럼 중요한 과목 수업은 쉬는 시간에도 계속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 선생님들이 수업을 계속하거나 과제 검사가 덜 끝나면 우리도 계속 수업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정말 쉴 수 있는 시간은 3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 그런데, 그 3분도 모두 내 자유 시간은 아니야. 왜냐하면 화장실 문제 때문이지.
지금 다니고 있는 한국의 초등학교는 5층 건물인데, 엘리베이터도 있고 각 층마다 남자와 여자 화장실이 있어. 그런데 내가 중국에서 다녔던 학교는 교실 건물 안에 화장실이 없었단다. 보통 소학교 건물은 4층 또는 그보다 낮은 층으로 지어졌는데, 대체로 건물 내에 화장실이 없어. 그럼 화장실이 어디에 있냐고? 대개 화장실은 교실 건물 뒤쪽이나 운동장 한쪽에 따로 지어져 있어. 그러니까 4층에 있는 내가 화장실을 다녀오려면 계단을 통해 건물 1층으로 내려간 후, 현관문을 열고 나가서 20m 정도 건물 뒤쪽으로 뛰어가야 해. 화장실에서 나와서 4층 교실까지 계단을 따라 오르는 일도 그리 쉽지는 않았어. 그러니 나에게 쉬는 시간은 그저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는 시간이 전부였던 셈이야.
게다가 쉬는 시간이라고 모든 학생이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었던 건 아니야. 나처럼 화장실에 다녀오거나 잠시라도 다음 시간 수업을 준비할 수 있는 권리는 과목별 숙제나 수업 시간 과제를 다 마친 아이들한테나 주어졌어. 과목 숙제를 하지 않았거나, 아침 자습 문제를 풀지 못한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도 숙제를 하거나 문제지를 풀어야만 해. 그리고 그걸 다 마쳐야만 짧으나마 쉬는 시간의 권리가 주어지는 거야. 그것도 쉬거나 화장실에 다녀와도 좋다는 선생님의 허락을 받아야만 하고.
쉬는 시간에 쉴 수 있다는 게 나는 참 좋은 것 같아. 그 전에는 알지 못했는데, 이제 그 짧은 시간이 나에게나 친구들에게 왜 필요한지 점점 깊이 느끼게 되었어. 쉬는 시간이 있으니까 화장실 다녀오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사라졌고, 내가 하지 못한 일도 언제 언제 쉬는 시간에 해야 되겠다는 계획도 세울 수 있게 됐지. 중국에 있을 때는 쉬는 시간에 숙제를 해야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모든 게 그들 탓이라고 생각했어.
'숙제를 해! 그러면 나처럼 잠시나마 쉴 수 있잖아? 모두 네 탓이지, 누굴 원망하니?' 이런 식으로.
이제는 숙제를 못한 그 친구들에게도 편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 내가 많이 커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가? 가끔은 달라지는 내 생각에 나조차 내가 낯설기도 해.
그런데 이렇게 생각이 많이 바뀐 나에게도 아직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어. 그게 뭐냐고? 한국 학교에 다니는 우리 반 친구들은 너무 숙제를 안 해오는 것 같아. 내가 다녔던 중국 학교에 비하면 그 양이 1/5도 안 되는 숙제인데도 숙제를 안 해오는 아이들이 많더라. 왜 숙제를 해오지 않는지 잘 이해가 안 돼. 물론 숙제를 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도 사정이 있었겠지만, 대체로 한국 학생들은 선생님 말씀을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았어.
얘들아, 너희들이 나에게 왜 그러는지 설명을 좀 해줄 수 있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