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녀 링링의 한국 학교 적응기 11
지난 12월 27일은 한국에서 나의 첫 번째 겨울방학이 시작된 날이야.
방학을 기다리는 마음은 중국 학생이나 한국 학생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우리 반 친구들도 12월에 들어서는 방학 이야기도 많이 하고, 학교 수업에서도 방학 생활과 관련된 내용을 공부하거나 방학 중에 어떻게 생활할지 생활 계획을 세워보는 활동도 했어. 특히 나에게는 한국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방학이라 기대도 많이 되고 중국에서 떠날 때처럼 많이 설레기도 했단다. 나는 한국 학교의 방학이 무척 궁금했어. 그래서 방학 몇 주 전부터 친구들에게 방학을 언제 하는지,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방학 때 시험을 치는지 등등 궁금한 것에 대한 질문을 토해냈단다. 한국 친구들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히 아는 내용을 자꾸 물어보는 내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을 것 같아. 그래도 친절하게 대답해 주는 친구들에게 참 고마운 마음이 들었어. 아마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중국 소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다면 나처럼 궁금한 게 무척 많았을 것 같아. 그래서 오늘은 한국과 중국 학교의 방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게.
한국 초등학교와 중국 소학교는 방학 기간이 많이 달라.
먼저 중국 소학교의 여름 방학은 대체로 6월 중순에 시작해서 8월 말까지야. 두 달 가까운 기간 동안 여름 방학을 해. 나는 겪어보지 못했지만 한국 학교의 여름 방학은 7월 말에서 8월 말까지 한 달 정도 된다고 하더라. 내 생각에는 한국 학교의 여름 방학이 너무 짧은 것 같아.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니?
내가 전에 이야기했듯이 중국은 6월이 학년 말이야. 즉, 학년이 끝난다는 뜻이야. 그리고 9월부터는 새 학년이 시작돼. 그래서 여름 방학기 더 긴지는 잘 모르겠어.
그럼 겨울 방학은 어떨까? 서울에 있는 우리 학교는 12월 말에서 1월 말까지 겨울 방학을 해. 그리고 1월 말부터 2월 중순까지 열흘 정도 학교를 다니면 학년이 끝나고, 2주 정도 다시 방학을 한 후 3월 1일부터 새 학년을 시작하더라. 선생님 말씀으로는 학교마다 방학 기간이 조금씩 다르다고 하셨어.
내가 있던 중국 학교의 겨울 방학은 보통 1월 초에 시작해서 2월 말까지였어. 2월 말에 개학을 하면 6월까지 2학기 공부를 하는 거야.
방학 기간만 놓고 보자면, 중국 학교들의 방학 기간이 한국 학교의 방학 기간보다 더 긴 것 같아. 그래서 얼핏 중국 학교에 대하여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왜냐고?
중국 소학교에서는 학기말에 아주 큰 시험을 쳐. 한국에서는 중학교 때부터 시험을 친다고 하지? 중국에서의 학기말 시험은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엄청 중요해.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의 관심도 높고, 시험을 못 보면 그만큼 방학 때 해야 할 공부의 양이 엄청 늘어난다고 생각하면 돼. 특히 6학년들이 6월에 치는 학년말 시험은 중학교 입학에 큰 영향을 줘. 왜냐하면, 중국에서는 성적순으로 중학교에 입학하기 때문이야. 내가 있던 랴오양시에도 중학교가 여럿 있는데,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가고 싶어 하는 중학교는 따로 있어. 시설도 좋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만 모이기 때문에 공부를 열심히 하는 분위기도 좋다고 알려져 있어.
사실 중국 초등학교 학생들이 그 많은 숙제를 하고, 학원을 다니는 이유는 졸업과 동시에 좋은 중학교에 가기 위해서 라고 생각하면 틀리지 않을 것 같아. 물론 중학생들은 좋은 고등학교에 가는 게 목표고, 고등학생들의 목표는 한국의 고등학생들처럼 좋은 대학에 가는 게 목표지.
많은 중국의 소학교들은 1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학급이 변하지 않아. 내가 전에 이야기했지? 그런데 요즘 몇몇 학교들은 4학년 때부터 반을 새로 편성한다고 해. 문제는 반을 새로 편성할 때 성적순으로 한다는 거야. 소위 한국에서는 우열반이라고 한다지? 말하자면 1반부터 3반까지는 우수한 학생만 모아 놓고 특별 교육을 하고 나머지 반들은 공부에 재능이 없는 아이들만 따로 모아 놓는 식이지. 그러니 방학 직전이나 직후에 치르는 학기말 고사에 대한 학생들의 스트레스는 엄청나. 한국에서 공부하는 너희들은 잘 몰랐겠지만.
그래서 나는 방학 기간이 짧아도 한국의 방학이 정말 좋아. 중국에 있을 때는 11시 30분 전에 잠을 잔 적이 거의 없어. 그런데 한국에서는 10시 전에도 잠을 많이 자게 되었어. 무엇보다 잠이 많은 나는 한국에서의 학교생활이 정말 꿈만 같단다. 너희들이 믿거나 말거나.
내가 중국 학생들의 방학 숙제에 대하여 말할 때마다 한국의 친구들은 정말이냐고 놀란 눈으로 나를 보곤 했어. 도대체 방학 숙제가 어느 정도길래 친구들이 그렇게 놀랐을까? 내가 직접 한국의 방학 숙제를 받고 나니, 그 이유를 알겠더라.
내가 받은 이번 겨울 방학 숙제는 독서기록장 3편 쓰기, 일기 1주일에 1-2편 쓰기, 그리고 매일 운동하기.
나는 깜짝 놀랐단다. 건강을 위해 매일 10분씩 운동하는 게 방학 숙제라고? 매일 당연히 써야 할 일기를 일주일에 1-2편 쓰는 게 방학 숙제라고? 숙제를 덜어주는 게 아니고?
매일 400자, 주말에는 800자 글짓기를 하던 나에게 한 달 동안 독서기록장 3편은 숙제가 아닌, 선물과도 같았어. 너희들이 내 마음을 이해할까?
중국 소학교 학생들이 해야 하는 방학 숙제의 양을 어떻게 설명해야 너희들이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일단 이렇게 생각하면 돼. 한국에서도 교과 과목이 있잖니? 교과 과목별로 두꺼운 문제집을 한 권씩 기본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해 보면 좋겠어. 국어, 수학, 영어, 과학, 사회..... 각 과목별로 문제집 한 권을 풀어야 해. 물론 매일 일기 쓰기는 기본이고, 글짓기는 방학 기간이라 더 길게 써야 해. 방학 때 풀어야 할 문제집은 학교에서 나누어 주는데, 부모님이 미리 돈을 내셨는지는 잘 모르겠어.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야. 중국 학생들은 대부분 엄마표 숙제를 해야 한단다. 엄마표 숙제란, 엄마가 따로 문제집을 사서 집에서 풀게 하는 건데 설렁설렁 대충 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야. 공부에 관한 한 한국 부모님이나 중국 부모님이나 무척 엄격하시단다.
"경험은 지각을 다채롭게 만든다"
저서 '뇌, 1.4kg의 사용법'으로 유명한 하버드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존 레이티 교수의 말이다. 모름지기 방학은 책과 문자를 통한 학습보다는 다양한 경험으로 각자의 두뇌를 다채롭게 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는 필자의 생각을 이처럼 간단한 문장으로 지지해준 레이티 교수에게 감사하며, 링링이 한국에서의 첫 겨울 방학을 다양한 경험으로 채워나가길 소원한다. <By 철물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