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해 보이는 남색 벤을 한 대 샀다. (봉고차처럼 생겼는데 전기차다) 내가 만든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이고 멋들어진 그래피티도 새겨 넣었다. 엄마는 무슨 새 차를 똥차처럼 이상하게 만들어 놨냐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계획이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부는 큰돈을 들여 개조했다.
뒷자석을 뜯어내고 간이침대를 만들었다. 이걸 접으면 내 작은 노트북과 드로잉 북을 둘 수 있는 책상이 된다. 트렁크에는 맥주를 가득 넣은 아이스박스가 들어있다. 또 비가 올 때 소리를 잘 들으려고 나가서 쓸 타프와 무겁지만 멋진 접이식 의자가 있다. 지붕에는 서핑보드를 묶어뒀다. 9년 전과 다르게 파도를 탈 줄 안다.
늘 떠나는 삶을 살고있다. 출발하고, 도착한다. 나로부터 떠나서 결국 나에게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