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다큐 플렉스-청춘 다큐 거침없이 하이킥> 1부를 보고
너무도 익숙했다. 15년의 세월이 지났다고 하기엔 무색할 만큼 다들 그대로였다. 익숙하던 거실도 그대로다. <다큐 플렉스> 덕에 <거침없이 하이킥>배우들의 15년 전 추억 소환 시간에 함께할 수 있었다. 그들이 웃을 때 같이 웃었고, 눈시울이 붉어질 땐 나도 몰래 훌쩍거렸다.
가끔 내겐 망신살 낀 것 같은 사건들이 발생한다. 친구들에게 이야기해주면 “시트콤이네.”하고 반응한다. 우리에게 코믹하고 어이없는 일들이 벌어지면 ‘시트콤 같다’고 말한다. 이건 틀렸다. 진정한 시트콤을 논하자면 하나가 빠졌다. 다큐에서 이순재 선생님은 시트콤을 두고 “얼굴은 막 웃으면서도 콧날이 시큰시큰해야 된다”라고 말한다. 생각 없이 웃다가 어느덧 눈물이 고이는 드라마, 시트콤. 그리고 그 시트콤의 정석 <거침없이 하이킥> 그래서 더 ‘하이킥’을 좋아했는지 모르겠다. 매번 순재에게 구박받는 준하가 웃음이 나지만, 준하가 어려울 때 누구보다 그를 챙기는 순재를 보면 ‘하이킥’은 그야말로 ‘단짠단짠’이다.
드라마는 주인공이 정해져 있다. 로맨스는 주로 이삼십 대 커플, 장르물은 삼사십 대의 남성, 학교물은 십 대 커플 등. 드라마 소재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전형적인 주인공에서 많이 벗어나려고 하지만, 노년의 배우는 주인공이 될 수 없다. 시트콤은 다르다. 시청자가 뽑은 하이킥 명장면 1위가 ‘호박고구마’가 된 걸 보면 알 수 있다. ‘호박고구마’ 장면을 따라 하는 연예인들도 종종 있었다. 15년이 지나도 사랑받는 ‘호박고구마’는 41년생 나문희 선생님의 열연에서 탄생했다.
아직 내 정신머리는 티격태격하던 민호 윤호 형제 같다. 그래도 성인이 되었으니 이제 좀 성숙한 모습으로 살아볼까, 해도 눈 뜨고 보면 꽈당민정 같이 엎어져있다.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제대로 된 어른인 척한다. 많은 이들이 이렇지 않을까. 배우 정일우는 이십 대 초를 함께 보낸 배우 김혜성을 두고 말한다. “너나 나나 아직 철들려면 멀었구나.” 철없을 때 만난 친구를 보면, 편안한 마음이 든다. 점잖은 척하지 않아도 되고. <거침없이 하이킥>은 그런 친구였다. 이 다큐를 보는 내내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었던 거 ‘하이킥’이 내게 그런 오래된 친구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윤호가 회자정리라는 뜻을 몰라 민호에게 무시받는 장면이 웃음을 자아냈다. 회자정리는 ‘만나는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영원할 것 같던 167부작의 <거침없이 하이킥>은 회자정리 뜻 그대로 시청자와 헤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거자필반. 떠난 자는 반드시 돌아온다고, <거침없이 하이킥>은 MBC 다큐 플렉스를 통해 돌아왔다. 2부에서는 순재네 가족 말고도 더 많은 인물들이 나온다. 애정 하는 하이킥 배우들의 거자필반을 기대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