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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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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과 정의 정 Dec 03. 2021

같은 세계관, 다른 재미 <뫼비우스 : 검은 태양>

검은 태양 스핀오프 <뫼비우스 : 검은 태양> 리뷰


<검은 태양>을 본 사람들은 배우 박하선이 연기한 ‘서수연’이라는 캐릭터에 얼마나 많은 애정이 있었을까. 난 없다. 아니, 없었다. 서수연은 한지혁에게 매번 화가 나 있었다. 물론 애인의 죽음에 일조한 한지혁이 미웠던 건 알겠지만, 매번 “동료를 챙겨라”만 반복했던 서수연이 지겹게 느껴질 정도였다. 게다가 회사(국정원)를 대하는 태도는 냉소적이라 감정선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래서 후반부의 어떤 활약을 기대했건만, 드라마 반도 지나지 않아 죽어버렸다. 서수연은 (한지혁 원톱 주인공이니) 등장인물 2롤이었음에도, 조연보다 못한 존재감에 내가 다 서운할 지경이었다. 서수연을 주인공으로 스핀오프 한다는 소식에 반신반의했다. 본편에서 챙기지 못한 분량을 챙길 수 있을까? 2회로 구성된 스핀오프를 본 후,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본편이 담아내지 못한 서수연의 매력을 담은 <뫼비우스>, 왜 봐야 할까?


액션도 좋고, 진득한 서사도 좋다면?

볼거리가 풍부한 액션을 좋아한다? 그런데 캐릭터 관계나 스토리는 절절한 게 좋다? 그럼 <뫼비우스>를 봐야 한다. 본편에서 서수연이 기자 출신이라는 게 언급된다. 왜 서수연이 기자를 관두고 국정원에 들어왔는지 그 이유가 나온다. 기자였던 서수연은 마약 판매업자 이건호를 추적했고 이건호는 수연의 언니를 죽인다. 복수를 위해서 국정원에 들어간 것. 그리고 이건호를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회사와의 불협화음으로 이건호가 수연을 죽일 기회를 얻는다. 이때 도와준 게 장천우. 장천우가 수연을 도울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건호를 쏴 죽여 수연을 구해줌과 동시에 복수를 완성한 것. 그런 장천우가 국정원에 버림받고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할 때, 요원이라는 정체성을 일깨워주고 믿음을 준 수연. 둘의 관계는 화려한 액션 속에서 측은한 爱(동지애 혹은 그 이상의)로 남아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 그랬던 거야? 본편이 다시 보인다

본편에서는 장천우가 수연의 전 애인인 것처럼 복선을 깔지만, 실은 강 국장과 수연의 관계를 위한 맥거핀으로 나온다. (강국장과 수연의 관계도 확실치 않으나, 정황상) 장천우랑 수연이 애인 관계가 아니라면, 왜 장천우랑 수연이 같은 진자 모빌을 가지고 있었는지, 장천우는 수연의 죽음에 왜 그리 분노했는지 설명이 안 된다. 본편에서 품었던 의문을 스핀오프로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장천우는 백모사에게 죽임을 당하기 전에 “어둠 속에 너무 오래 있다 보면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잊어버리게 된다던데.”는 말을 한다. 이는 수연이 장천우와 헤어지기 전에 그를 설득할 때 한 말이다. 어쩌면 수연이 말한 ‘빚진 사람’도 강 국장이 아닐 수 있다. 자신의 복수를 대신해주고 자신이 설득하지 못한 장천우가 죽기 전까지도 마음에 둔 빚 아니었을까.


한지혁한테 미안하지만, 스핀오프를 본 후 한지혁은 생각나지 않았다. 수연에게 이런 과거가 있고 장천우랑 이런 사이였다니. 짠내 나는 그들의 이야기가 잊히지 않는다. <뫼비우스>는 종방한 <검은 태양>을 잊지 못한 팬들에게는 큰 선물이다. 수연이 이전보다 이해되고 안쓰럽게 느껴지는 내게는 왜 <뫼비우스>를 먼저 방영하지 않았는지 아쉬움은 남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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