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리뷰
꽃이 다 떨어지고 잎이 푸르러지면, 이제 여름이구나 싶다. 여름날이면 매번 생각나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커피프린스 1호점’. 푸른 잎과 반팔, 땀, 시원한 계곡, 매미 소리까지 모든 여름은 ‘커피프린스 1호점’을 가리켰다. 여름을 담은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이 여름이 가기 전 또 한 번 정주행을 시작한다.
무더운 여름날, 시원하게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는 사내. 아니, 그녀, 고은찬. 은찬은 생계를 위해 짜장면 배달을 한다. 은찬이 더위를 뚫고 배달한 곳에는 수건 한 장 걸친 한결이 있다. 한결은 당연히 은찬이 사내인 줄 알고, 거리낌 없이 몸을 드러낸다. 이게 그들의 첫 만남이다. 무더위 속 아찔한 그들의 첫 만남.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도로 위를 달리는 배달원들을 보면 그들의 만남이 연상된다.
최한결이 첫사랑 한유주를 집에 데려다주던 날, 은찬과 한결은 다시 만난다. 한결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한 남자가 유주의 가방을 소매치기한다. 아르바이트하며 생계를 유지하지만 정의로웠던 은찬은 그를 쫓는다. 사내를 잡지만, 범인은 은찬의 동생 은새를 좋아하던 황민엽이었다. 어설픈 연기로 그를 놓아주지만, 한결은 자신이 좋아하던 유주가 다쳐 은찬에게 화낸다. 이것이 두 번째 만남이었다.
돈이 급한 은찬은 한결에게 오토바이 수리비를 받아내기 위해 연락한다. 한결은 지겨운 맞선 자리를 끊어내기 위해 남자를 좋아하는 척하려고 은찬을 이용한다. 원수에 가까운 사이였지만 은찬의 순박하고 붙임성 좋은 성격에 사이가 가까워지는 둘.
한결은 할머니의 성화에 낡은 커피숍에서 장사를 시작한다. 직원으로 은찬을 고용한다. 그리고 자신이 알던 하림, 비록 소매치기했지만 나름 성실한(?) 민엽, 잘생겼지만 개인주의 와플 노점상 사장 선기, 무심한듯 하지만 정 많은 홍 사장과 함께 ‘커피프린스 1호점’을 개업한다.
여름날, 끈적한 땀을 흘리면, 그들이 카페를 청소하고 수리하면서 흘린 땀이 생각난다. 새로운 시작으로 똘똘 뭉친 그들의 설렘과 열정이 떠오른다. 그들이 단합 대회로 떠난 계곡에서 여한 없이 물장구치며 놀 때처럼, 나 또한 에어컨 앞에서 더위를 식힌다.
딱 한 번만 안아보자.
한밤중 한결이 은찬을 밖으로 불러 내뱉은 말이다. 아직도 그가 남자인 줄 알았던 한결은 자신을 시험한다. 서늘할 것만 같았던 여름밤의 온도는 한층 더 올라간다.
내가 너 가지려고 내 인생에서 무얼 내던졌는지, 넌 몰라.
은찬이 여자인 걸 알았을 때, 한결은 배신감에 은찬에게 모질게 군다. 지금보다 어릴 적
봤을 때는 한결이 이해되지 않았다. 성별이 뭐라고. 좋아하면 그만이지. 은찬이 여자면 그에게 잘 될 일인데 뭐 그렇게까지 화를 내나. 커피프린스를 처음 본 날로부터 몇 번의 여름이 지나가서야 그의 마음이 이해된다. 자신의 출생을 숨기는 부모님과 할머니 때문에, 비밀 같은 거에 진절머리 난 사람. 자신한테는 마냥 진실할 줄 알았던 자기 사람이 몇 개월 동안 거짓말할 줄은 몰랐겠지.
귀뚜라미가 욷던 밤. 둘은 화해를 한다. 은찬은 자신이 거짓말한 것을, 한결은 자신이 모질게 군 것을 사과한다. 마치 싸우기 시작할 때부터 정해진 일인 것처럼.
네 인생 내가 책임질 수 없다는 거 알았어.
그래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으니까, 그걸로 됐지 싶다.
한결이 은찬에게 프러포즈하던 날, 둘은 더위는 상관도 없다는 듯 껴안는다. 그날도 여름은 지나가지 않았다.
최한결, 사랑해요.
유학 가던 은찬의 말과 한결의 눈물로 그해 여름이 끝났다. 그리고 2년 후 새로운 여름을 시작한다. 최고 실력을 갖춘 바리스타가 되어 돌아온 은찬과 커피프린스를 지키며 새로운 점포 창업을 앞둔 한결, 둘의 여름은 계속된다.
입추가 지나갔다. 곧 가을이 올 테다. 아직 들리는 매미 소리가 지나가는 여름의 아쉬움을 덜어낸다. 영원할 것만 같던 여름이 떠나는 것처럼 ‘커피프린스 1호점’의 마지막 회를 떠나보내는 것이 아쉽다. 이 여름이 끝나기 전 이 글을 보는사람들도 ‘커피프린스 1호점’의 매력에 빠져보기를 바란다.